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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운전대를 잡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 있는 경찰관으로서, 그 위험성과 절박함은 더욱 실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감과 동참, 그리고 고령 운전자 스스로의 책임 있는 태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9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한다. 이 중 운전면허를 소지한 고령 운전자는 약 370만 명으로, 전체 면허소지자의 약 15%에 해당한다. 문제는 연령 증가에 따라 인지력과 반사신경이 저하되며, 실제로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3년마다 면허 갱신 시 인지능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교통비 지원이나 지역화폐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 전용 교통카드를 지원하며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있고, 경찰청과 협업해 고령 운전자의 위험요소가 높은 구간에 대한 교통안전시설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의무화 하는 법안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 검사'와 함께 고령운전자 사고 유형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고령운전자 인증서' 제도를 통해 택시 할인, 상점 혜택 등을 제공한다. 독일은 운전면허 갱신과 별개로 가족 또는 의사와 상담 후 운전 지속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 교통망을 확충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정 연령 이상 운전자는 전문의 진단과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치게 하여 운전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하지만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령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냉정히 점검하고 책임 있게 판단하는 자세다. 동시에 고령 부모님을 둔 자녀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운전 지속' 또는 '면허 반납'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 전반에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 무작정 운전을 멈추라고만 하기보다는, 대중교통 확대, 마을버스 확충, 고령 친화형 이동 서비스 도입 등 이동권을 위한 실질적 보완이 따라야 한다.
고령자 교통사고는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다. 단순히 고령 운전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존중과 배려 속에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이장선 충남경찰청 교통조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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