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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수해복구 지원에 나선 경찰들이 삽을 이용해 비닐하우스 내부의 흙을 정리하고 있다. |
23일 오전. 수마가 할퀴고 간 충남 서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이왕로(53)씨는 지난 주말 내린 기록적인 폭우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귀농 15년 만에 처음 겪는 수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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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한 비닐하우스 내부. 침수 피해로 인해 키우던 작물이 모두 흩어지고 내부는 정리가 필요한 상태. /사진=오현민 기자 |
또 외부에는 고장 난 농기구들이 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씨의 비닐하우스는 서산 청지천 바로 옆에 있어 호우 피해가 더욱 컸다. 또 비닐하우스 위치가 하천 수위와 동일해 폭우엔 속수무책이다.
이 씨는 "비닐하우스가 잠긴 후에 직접 점검해보니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며 "전기도 안 들어오고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았는데, 경찰이 투입돼 일사불란하게 도와주니 덩달아 힘이났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신속한 복구지원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손도 못 댔을 거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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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의 한 비닐하우스 앞 물에 젖어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부속품들이 버려져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대원들은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탕 속을 헤치며 망가진 농기구를 수거하고, 배수 작업을 도왔다. 또 비닐하우스 안팎의 쓰레기를 정리하며 삽을 이용해 흙을 퍼 나르기를 반복했다.
이날 낮 기온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그늘도 없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계한범 순경은 "입직한 후 2번째 수해복구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이곳은 지난번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시민들이 피해를 봤으니까 경찰이 돕는 건 당연하다. 경찰의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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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덕지천 인근의 주택. 벽지와 장판이 모두 젖어 처리한 후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해당 마을에 거주하던 노부부는 자는 도중 집안에 흘러들어온 물 때문에 깜짝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주택침수로 인해 가전제품과 장판을 모두 드러낸 후 돗자리 한 장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80대 이재민 A씨는 "이 집에서 50년을 살았는데 집안까지 물이 찬 건 처음"이라며 "밖에 물이 범람해 있어 대피도 못하고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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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충남 서산시 덕지천 일원. 논밭 부유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투입된 경찰들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한편 16~17일 이틀 동안 서산시에 520㎜가량의 폭우가 쏟아졌다.
내포=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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