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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조 운영위원장 |
문제는 이런 위기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기후 위기의 경고는 벌써 50년 전부터 있었다.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이후 환경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수많은 실천 방안이 제시됐지만, 실효성 있는 국가적 변화는 거의 없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 10일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실행력은 매우 부족하다. 2018년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95% 감축하려면, 2025년부터 매년 약 11.2%씩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증가시키는 실정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2020년 3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1~2050년까지의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적 책무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결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선언적 입장에 머무르고 있으며, 실현 가능한 정책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폭염은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폭염 대책은 '폭염대책기간 조기 운영', '취약계층 보호', '냉방비 지원', '생수 제공', '무더위 쉼터 운영' 등 단기적 조치에 집중돼 있다.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다루는 대책은 사실상 부재하다. 기후 위기를 단순한 이상기후로 보는 한, 우리는 해마다 반복되는 재난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폭염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냉방기기 없이 지내야 하는 저소득층, 옥외 노동자, 독거노인에게 폭염은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국가는 이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전가한다. 어떤 이는 아직도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유엔과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가난을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국민의 환경권 보장을 명시한 조항으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며 국가와 국민의 환경보전 의무를 명시했다. 쾌적한 환경은 사적 영역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교육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전국 환경교육센터 예산은 한때 12억 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윤석열 정권은 0원으로 만들었다. 환경 교육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은 국민은 매우 적다. 지금이라도 국가는 환경 교육을 비롯한 기후변화 예산을 실효성 있게 수립해야 한다.
정책 방향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기후 위기 관련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차 보급만 보더라도 그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환경부는 전기차를 '무공해차'라 부르지만, 석탄이나 원자력으로 충전하는 차량이 진정한 친환경일 수는 없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운영할 때 비로소 기후 위기 대책이 될 수 있는데, 현실은 석탄과 원자력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무공해차라고 이름 붙여 보급하는 정책은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워싱'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에너지·수송 분야에 대한 직접 대책도 여전히 부족하다.
기후 위기는 이미 예고된 재난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하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재난은 개인의 실천만으로 막을 수 없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극심한 더위, 국가는 책임지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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