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즈를 닮은 도시의 여름 작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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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즈를 닮은 도시의 여름 작별법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5-08-20 16:54
  • 신문게재 2025-08-21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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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2025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극한기후 시대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사상 유례없는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대전의 폭염 일수가 무려 21일에 달하는 등 1994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냈다. 열대야 일수도 크게 늘었다. 폭염 뒤에는 폭우가 중부와 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1만 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고 폭염, 최장 열대야, 국지적 폭우 등 극한기후 시대의 '극한여름'을 경험 중이다.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도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올 상반기 국내 경제는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고금리 등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 단순한 경제 침체를 넘어 복합적인 사회 위기 상황을 맞는 '복합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위기 돌파 타개책의 하나로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꺼내 들었다. 소비 활성화와 자영업자 매출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단기 지원이 아니라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소비 기반 경제회복 정책의 시작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김건희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됐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부정한 일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불법적인 비상계엄 이후 탄핵소추안 의결, 탄핵 심판, 전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까지 단죄의 시간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내란범에 대한 처벌과 국가 정상화를 바라는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이렇게 우리는 어느 때보다 길고 숨 가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유성구 유림공원에서 '2025 유성재즈&맥주페스타'가 열린다. 올해로 네 번째다. 재즈와 맥주가 어우러진 축제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마음은 다르다. 해 질 녘 유림공원에 흐르는 자유롭고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은 여름과의 작별을 준비하는 세레나데다. 이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일상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함께 달려온 서로를 응원하는 건배주다. 재즈·맥주와 함께 하는 여유로운 시간 자체가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느라 지친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이자 선물이다.



그런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축제를 준비 중이다. 축제 기간 웅산, 고상지, 서민아, 카리나 네뷸라, 윤석철트리오 등 국내 정상급 재즈 보컬과 연주자들의 공연이 3일 내내 이어진다. 유성골든에일과 더랜치브루잉 등 유성 소재 브루어리를 비롯해 전국 14개 수제맥주가 관람객들의 갈증을 해소한다.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배경으로 재즈의 선율에 몸을 맡기면 도시 축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할 수 있다. 거창하진 않다. 대신 '가성비 갑(최고)'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내실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조지 거슈윈은 "인생은 재즈와 매우 닮았다. 즉흥적일 때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는 "재즈처럼 혁신하라"며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재즈에서 찾기도 했다. 개성적인 연주가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즉흥 연주를 통해 변주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유성도 재즈를 닮으려 한다.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 재즈를 닮은 인생과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유성재즈&맥주페스타에서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즈와 맥주, 응원과 위로가 어우러진 축제. 유성의 여름 작별법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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