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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물론 여전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산적하지만, 오랜 갈등과 마찰로 피로도가 큰 데다 대내외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여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8일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첫 오찬 회동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장동혁 대표가 먼저 인사말을 했다. 그는 “제가 정청래 대표님하고 악수하려고 당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라고 하자 참석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이어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하자 엄숙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장 대표는 “지금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만약에 특검이 계속 이렇게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들에 대해서 잘 좀 살펴달라”고 했다.
이어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며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사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사망한다”며 “대통령께서 정치를 복원하는 균형추 역할을 해주신다면 야당도 비판할 건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인사말에 이 대통령이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고 하자 또다시 한바탕 웃음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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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그는 “어렵게 만난 만큼 오늘 좋은 대화가 좋은 성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내란을 꿈꿀 수 없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더욱 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란에 가담한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하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오늘 여야가 만난 만큼 비상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은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언론·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도 제시하고 토론도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며 “오늘 대통령님의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의 얘기를 들은 이 대통령은 “여야가 사실 국민이 보시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장동혁 대표님 말씀에 공감 가는 게 꽤 많다. 극복할 수 있는 차이들을 최대한 극복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도 많이 듣도록 노력하고, 듣는 것을 넘어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 대표님의) 마지막 말씀 중에 ‘죽이는 정치 이제 그만하고 상생 정치, 모두가 함께 사는 정치를 해야 된다’는 말씀은 정말로 옳으신 말씀이고 전적으로 공감하며 ‘정치가 복원돼야 된다’는 말씀도 정말로 중요하다”며 장 대표의 인사말에 힘을 실었다.
이어 “저는 야당도 주요한 국가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용납될 수 있는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공통 공약 같은 건 같이 시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자, 장 대표는 “이런 게 저는 협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아니라 이제 함께 사는 정치를 하는 길로 국회가 나가자.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싸우는 순간 결국은 죽어가는 것은 국민이고 민생”이라며 “정청래 대표께 이제는 미래로 나가면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챙길 때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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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오찬 회동에는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한민수 비서실장, 국힘 박성훈 수석대변인과 박준태 비서실장,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배석했다.
메뉴는 오찬 메뉴는 해산물냉채와 토마토 절임. 구운 밤과 타락죽, 민어 사슬적과 어린잎 채소, 한우 살치살 양념구이와 참송이 버섯, 비빔밥과 배추된장국, 신선한 과일과 화전이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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