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함께하는 도시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함께하는 도시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 건축가

  • 승인 2025-09-25 16:58
  • 수정 2025-09-26 10:51
  • 신문게재 2025-09-2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 건축가
여러 도시가 어우러지고 문화가 혼합되며 세계가 동원되는 감동이 있는 '함께하는 모습'을 찾다가 'PFC'란 뜻밖에 생기있는 변화의 세상을 보게 되었다. 거리의 악사들이 '함께 부르며 만든 변화(Playing For Change, PFC)'는 얼핏 가벼운 즐거움으로 쉬워 보이기도 하나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며 공동의 융합을 이루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미국의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영상작가 마크 존슨이 창안한 'PFC'는 세계의 50개국 150명의 악사들을 한데 모이게 해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 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로 향해 있든 (No matter who you are, No matter where you go)'로 시작하는 PFC의 대표곡인 'stand by me'는 긴장을 풀며 흥겹고 편안하게, 세상 모두에게 다가가서 세계의 거리가 하나가 되는 감동의 변화를 이루어 낸 시작으로 세상이 '함께하는 도시'로 바뀐다.

이전의 건축 설계 작업은 어떠했을까? 모두 한데 모여 설계도를 만드는 크고 작은 작업실에서 건축 설계는 이루어졌고, 엘리트들의 일사불란한 작업사무실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의 생산 현장을 떠 올리게도 했다. 80년대 초만 해도 외국 선진건축학교의 컴퓨터 설계 수업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실험적 시기였으나 본격적으로 90년대가 되며 그 분위기를 컴퓨터가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고, 이제는 모두 모니터 앞에서 지우개질 대신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회의하는 시간 외에는 모니터를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노 매러 웨어 유아'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부흥이 오면서 변화된 축제처럼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이를 함께 공동작업으로 진화시킨 시기가 초반에 있었다. 시차가 다른 나라의 건축인들이 이를 아주 반겼고 낮과 밤이 다른 것이 오히려 공동 작업에 기회를 주었다. 내가 작업하고 잠들면 지구 반대편 나라의 동료가 깨어나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참으로 환상적인 공동 연출이었기에 모두 이 상황을 획기적인 협연으로 여겼다. 당시 이 공동의 작업은 상대의 작업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했지만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터득해 가는 매우 지혜로운 학습 방식의 작업이었다.

이 모두가 컴퓨터의 정보에 의해 이루어진 나름의 진화가 아니었을까? 시간이 좀 지나고 잔치는 끝나 건축디자인이 지닌 독자적인 개성과 작가의 개별적 사고의 집합체로서 완성되는 건축의 고유한 특성 사고가 부풀어지면서 이 공동의 작업은 슬며시 사라진다. 국제간의 협력이 필요하거나 잘 알려진 건축가가 동원되는 사업의 경우 공공과제가 아니어도 건축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컨소시엄 방식이 자주 등장하지만, 여전히 함께하는 공동 작업 방식이 아닌 과정의 상호 개입만으로 이루어진다. 아쉽게도 독립적인 작업 방식의 업벽(業癖)이 큰 것이다.

건축 현상공모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과정은 불편하고 결과는 많은 불만이 따른다. 최소한 다르게 진화시켜 볼 필요가 있고, 특히 공공건축의 과제는 초기에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논의하던 시간을 상기하며 작업을 함께 하는 공동의 과제로 전환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낀다. 이제 건축은 독자성을 논하고 작품의 경향을 중시하면서도 한편 시대를 넘는 특히나 공공건축의 설계과정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위한 '협동 설계 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건축 설계정보의 집적으로 이제 AI가 디자이너로 등장하는 시대에서 설계업이 공존하기 위한 체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다.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 역시 '좋은 건축이란 많은 대화 속에서 시작되며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모임으로 이견이 조율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한다. 과단한 공모전의 소모적 경쟁을 바꿔 보다 상생하며 상호 학습하고 서로의 지력을 모으는 성공적인 구축환경을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 '함께하는 변화 Co-working for change'의 시대가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남에 반도체 짓는데 송전선로는 충남으로?… 지역 주민 반발 확산
  2. 충청권 앵커 첫 성적표… 충남 S, 대전 A, 세종·충북 C
  3. 우주서 25㎝ 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대전 우리별1호 잇는 '스페이스아이T'
  4. 최교진 교육부 장관 충남대 방문…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행 속도
  5. [인터뷰]중도일보 오피니언면 <문화인> 칼럼 쓰는 이희성 교수
  1. 성평등부·법무부 이전 나비효과… 정부세종4청사 건립 현실화
  2. [대전 선도지구 정비사업장을 가다] 인태섭 둔산 14구역 추진준비위원장 “선도지구 선정은 모두 주민들 덕"
  3. 정부출연 연구기관 핵심임무 다시 짠다…연내 대국민 보고회
  4. [춘하추동] 공감하는 사회를 바라며
  5. 단순 사기 송치 ‘의정부 모텔 신생아 사건’… 검찰 보완수사로 살해방조 밝혀

헤드라인 뉴스


우리별1호로 쏜 우주 도전… 대전 ‘스페이스아이T’가 잇는다

우리별1호로 쏜 우주 도전… 대전 ‘스페이스아이T’가 잇는다

1993년 대전엑스포의 상징인 한빛탑이 차창 옆으로 비치는 엑스포로를 따라 이동해 9일 오전 유성구 문지동 세트렉아이 본사에 도착했다. 스마트폰 촬영제한 등의 몇 가지 보안절차를 마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위성조립실(클린룸)에서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의 눈 역할을 하는 고해상도 광학탑재체가 막바지 점검을 받고 있었다. 지상 500㎞ 높이 우주궤도에서 지표면을 해상도 0.25m로 촬영할 수 있는 상업용 위성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밝은 눈을 가진 광학위성이다. 스페이스아이T는 1992년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 건설임대주택의 6개월 이상 장기 공실이 9892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과 세종은 공가율이 각각 10.4%, 12.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LH 건설임대주택 97만 7240호 중 3만 8493호가 6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가율은 3.9%다. 충청권에선 충남의 장기 공가 물량이 가장 많았다. 충남은 LH 건설임대주택 5만 2294호 가..

끊이지 않는 코레일 열차 지연… 361만명에 190억 배상
끊이지 않는 코레일 열차 지연… 361만명에 190억 배상

한국철도공사 열차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승객이 급증하면서 배상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이 한국철도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열차 지연 배상금 대상자는 2020년 14만 9000명, 2021년 16만 8000명, 2022년 52만 5000명, 2023년 46만 8000명, 2024년 41만 2000명이었다가 2025년 146만 900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8월 현재 42만명까지 합하면 6년 8개월간 배상금 지급 대상은 361만명, 금액은 190억원에 달한다.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 ‘들어가라’ ‘들어가라’

  •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