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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홍남초 김명중 교사. |
"어차피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요?", "산에 가서 다치면 선생님이 책임질 거예요?"
이곳저곳에서 아이들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내일은 용봉산으로 떠나는 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다. 요즘은 안전 문제로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도 쉽게 가지 않는 분위기라, '산을 가는 체험학습'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는 매년 동네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떠난다. 원래는 6학년 수학여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마을 등산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 3기째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과도 지리산은 아니지만, 지역에 있는 용봉산을 함께 오르기로 계획을 세웠다.
혼자 인솔하기는 어려워 양육자들께 도움을 요청드렸고, 다행히 한 분이 함께 해주셨다. 그렇게 산행 아침, 우리는 산 아래 용봉초에 도착해 용도사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자 아이들의 투정이 쏟아졌다. 체격이 큰 아이들도 등산 경험이 거의 없어 금세 힘들어했다.
용도사에서 잠시 쉬며 물을 마셨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됐다.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어떻게 산을 오르면 좋은지 설명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거북이처럼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체력이 된다고 생각해 빠르게 오르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금세 지쳐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산길을 오르며 다양한 아이들 모습을 발견한다.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묵묵히 오르는 아이, 조잘대며 쉼 없이 이야기 하는 아이, 친구를 도와주는 아이들도 있다. 용봉산은 높지 않아 천천히, 여유 있게 오를 수 있다. 힘들어도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는 모습들이 정겹다. 조금씩 산을 오르자 산 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짜증을 내던 아이들도 "와~" 하며 감탄한다.
"와, 이건 진짜 멋있다."
"선생님, 힘든 건 맞는데 풍경은 좀 괜찮네요."
말은 툴툴대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전망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그 자체로 소중한 순간이다. 두 시간 남짓 걸어 도착한 정상. 아이들은 생각보다 덜 힘들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정상에서 만난 어른들께서 어느 학교냐고 물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산에서 어른들에게 받는 칭찬은 아이들 자존감을 쑥쑥 자라게 한다.
정상 아래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들고 아이들이 둘러앉는다. 부모님이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을 먹으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며 애쓰셨을 부모님 마음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이들은 더 힘이 난다.
노래도 부르고, 시원한 바람과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맡으며 하산길에 나섰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겐 이런 자연 속 경험이 결코 쉽지 않다. 자연을 만나는 일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배움이다. 산을 오르며 친구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무사히 산 아래로 내려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자, "선생님, 또 가요!"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정말 가고 싶은 건지,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산에서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배운다. 나도, 아이들도 산에서 쑥쑥 자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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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