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9월 14일 천안에서 개최된 '2025년 청소년 국학기공 지도자 역량강화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그로부터 며칠 후, 이종순(95)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황회장님, 만나서 얘기 좀 하자구요" "좋습니다". 가까운 날자와 장소를 상의했다. 당일 이 할머니는 요양보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약속 장소에 오셨다. 오전에는 막내 아들이, 오후에는 요양보호사의 보살핌 속에서 삶을 이어간단다. 이 할머니도 8년 전까지 기체조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으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며 집념이 강했었다. 8년 전부터 구령을 음악과 함께 녹음 파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으나, 처음에는 육성구령으로 하였다. 그때 고령이셨던 이 할머니는 남달리 또렷또렷한 구령을 하셨었다.
날씨가 풀려 복지관에서 태평교 밑으로 기체조 장소를 옮길 때쯤이면, " 황 선생님, 며칠 있으면 여러 사람이 오가는 밖으로 나가잖아요, 복지관에서야 우리 끼리니 별문제 없지만, 밖으로 나가면 보는 사람이 많으니 잘 해야 되잖아요? 며칠 동안에 한 동작 한 동작을 확실하게 다듬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해마다 이 말씀은 반복되었다. 처음 몇 번은 퍽 고맙게 느껴졌는데 이후 계속될수록 "또 그 말씀…" 하는 짐작에 긴장과 짜증이 서서히 증가하기도 했었다.
또 기체조 하러 오가던 천변 산책로의 도로와 인도 연결 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관계기관에 몇 번이나 연락하여 보수토록 하였다. 며칠 전 통화 할 때는 " 지난번에 같이 식사할 날짜 잡아주겠대서 기다리고 있다" 는 말씀을 시작으로 2~3분 정도 계속했는데, 구순 중반인데도 발음이나 억양, 기억력까지 변함이 없었다.
유등천변 주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유등기체조'는 태평교 근처 둔치에서 매일 아침 6시부터 한 시간씩 이루어진다. 이 모임에 필자가 입회한 게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둔치이므로 비가 많은 하절기에는 운동하는 장소에도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여성 회원들은 호미를 준비하여 시간 나는대로 풀뿌리를 캐냈다. 동절기에는 삼부5단지아파트의 복지관을 빌려 난로를 피워가며 기체조를 이어 나갔다. 참여하는 회원이 대부분 실버들이므로 1월은 겨 울방학으로 쉬었다. 이제까지 입회비나 수강료는 무료.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20명 안팎의 정회원으로 내년 1월 국학기공협회에 정식 등록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국학기공은 우리 선조들이 몸과 마음을 같이 건강하게 수련하던 전통 스포츠를 현대인에 맞게 체계화하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체조와 단요가, 단전호흡, 명상, 기공단련 등으로서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다같이 행복하자는 홍익(弘益) 정신이 담겨 있다. 이 홍익 정신은 우리나라 교육이념이다. 국학기공은 학교 스포츠 클럽 종목이므로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이 수업을 국학기공 지도자들이 전개하고 있다.
9월 14일 천안에서 개최된 '2025년 청소년 국학기공 지도자 역량강화 교육'은 학생을 가르치는 국학기공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연수이지만, 필자도 20년 넘게 부분적으로 수정해온 유등기체조 1부와 2부를 오늘의 감각에 맞게 보완·수정해 보고자 이 교육에 난생 처음으로 참가하여 많은 체험을 했다.
앞에서 소개한 두 할머니 모두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면서 자녀들을 잘 키워냈고 이웃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나누며 지내고 있는 것은, 기체조를 20 여년 계속함으로써, 국학기공의 3요소인, 바른 자세, 자연스런 호흡, 의식 다스리기를 겹겹이 쌓아 올린 덕분이 아닐지
황영일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