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신문]'국학기공 지도자 역량 강화 교육' 참가기

  • 정치/행정
  • 대전

[대전노인신문]'국학기공 지도자 역량 강화 교육' 참가기

기체조와 더불어 온 4반세기

  • 승인 2025-11-27 17:09
  • 신문게재 2025-11-28 11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noname03
9월 14일 천안에서 개최된 '2025년 청소년 국학기공 지도자 역량강화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10월 중순 아침 6시쯤 기체조를 시작하기 직전에, "한영옥 할머니가 회장님께 전해 드리래서요" 회원이 내민 것은 베지밀 한 박스였다. 이 할머니는 십여 년전까지 기체조를 함께 하셨던 분으로 지금은 방문요양을 받고 있다. 젊은 나이에 가장인 남편을 여의고 학생들 하숙방을 운영하면서 자녀들을 올곧게 키운 장한 어머니라고 알려져 있다. 운동이 끝난 후 함께한 회원들끼리 베지밀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고맙다는 전화를 시도했으나 불통. 할수없이 인편에 졸저 '은발 할아버지와 추어탕' 한 권을 보내드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종순(95)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황회장님, 만나서 얘기 좀 하자구요" "좋습니다". 가까운 날자와 장소를 상의했다. 당일 이 할머니는 요양보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약속 장소에 오셨다. 오전에는 막내 아들이, 오후에는 요양보호사의 보살핌 속에서 삶을 이어간단다. 이 할머니도 8년 전까지 기체조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으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며 집념이 강했었다. 8년 전부터 구령을 음악과 함께 녹음 파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으나, 처음에는 육성구령으로 하였다. 그때 고령이셨던 이 할머니는 남달리 또렷또렷한 구령을 하셨었다.



날씨가 풀려 복지관에서 태평교 밑으로 기체조 장소를 옮길 때쯤이면, " 황 선생님, 며칠 있으면 여러 사람이 오가는 밖으로 나가잖아요, 복지관에서야 우리 끼리니 별문제 없지만, 밖으로 나가면 보는 사람이 많으니 잘 해야 되잖아요? 며칠 동안에 한 동작 한 동작을 확실하게 다듬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해마다 이 말씀은 반복되었다. 처음 몇 번은 퍽 고맙게 느껴졌는데 이후 계속될수록 "또 그 말씀…" 하는 짐작에 긴장과 짜증이 서서히 증가하기도 했었다.

또 기체조 하러 오가던 천변 산책로의 도로와 인도 연결 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관계기관에 몇 번이나 연락하여 보수토록 하였다. 며칠 전 통화 할 때는 " 지난번에 같이 식사할 날짜 잡아주겠대서 기다리고 있다" 는 말씀을 시작으로 2~3분 정도 계속했는데, 구순 중반인데도 발음이나 억양, 기억력까지 변함이 없었다.



유등천변 주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유등기체조'는 태평교 근처 둔치에서 매일 아침 6시부터 한 시간씩 이루어진다. 이 모임에 필자가 입회한 게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둔치이므로 비가 많은 하절기에는 운동하는 장소에도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여성 회원들은 호미를 준비하여 시간 나는대로 풀뿌리를 캐냈다. 동절기에는 삼부5단지아파트의 복지관을 빌려 난로를 피워가며 기체조를 이어 나갔다. 참여하는 회원이 대부분 실버들이므로 1월은 겨 울방학으로 쉬었다. 이제까지 입회비나 수강료는 무료.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20명 안팎의 정회원으로 내년 1월 국학기공협회에 정식 등록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국학기공은 우리 선조들이 몸과 마음을 같이 건강하게 수련하던 전통 스포츠를 현대인에 맞게 체계화하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체조와 단요가, 단전호흡, 명상, 기공단련 등으로서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다같이 행복하자는 홍익(弘益) 정신이 담겨 있다. 이 홍익 정신은 우리나라 교육이념이다. 국학기공은 학교 스포츠 클럽 종목이므로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이 수업을 국학기공 지도자들이 전개하고 있다.

9월 14일 천안에서 개최된 '2025년 청소년 국학기공 지도자 역량강화 교육'은 학생을 가르치는 국학기공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연수이지만, 필자도 20년 넘게 부분적으로 수정해온 유등기체조 1부와 2부를 오늘의 감각에 맞게 보완·수정해 보고자 이 교육에 난생 처음으로 참가하여 많은 체험을 했다.

앞에서 소개한 두 할머니 모두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면서 자녀들을 잘 키워냈고 이웃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나누며 지내고 있는 것은, 기체조를 20 여년 계속함으로써, 국학기공의 3요소인, 바른 자세, 자연스런 호흡, 의식 다스리기를 겹겹이 쌓아 올린 덕분이 아닐지
황영일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5.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1. <인사>대전시
  2.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5.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