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남편은 경상도 사람, 아내는 전라도 사람이었다. 서로 다른 말을 쓰고 다른 음식 맛에 익숙했지만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 사랑으로 오손도손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아내가 따뜻하게 삶은 감자를 식탁 위에 올렸다. "여보, 감자 좀 드세요."남편은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있던 하얀 그릇에 손을 뻗어 감자를 찍어 먹었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다. "아니, 이게 뭐야? 설탕이잖아!" 남편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우리 경상도에서는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지,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는 사람은 처음 봤네." 아내는 그 말에 얼굴빛이 확 변했다. "세상에, 소금에 찍어 먹는다고요? 우리 전라도에서는 감자를 설탕에 찍어먹어요 그게 얼마나 맛있는데요."사소한 한마디가 오해를 낳았고, 그 오해는 다툼으로 번졌다. 서로의 방식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감정이 격해졌다. 결국 남편은 "당신은 도대체 우리 집안이랑은 도저히 안 맞아!" 라는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그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두 사람은 끝내 이혼 법정까지 가게 되었다. 판사 앞에 선 남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판사님,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으라니요!" 아내도 지지 않았다. "판사님, 세상에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그게 더 이상하죠!" 판사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두 분 다 참 재미있으시네요. 감자를 소금에 찍든, 설탕에 찍든 무슨 상관입니까?우리 강원도에서는요…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그 순간, 법정 안의 공기가 잠시 멎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게 별것 아닌 일 하나가 한 가정을 무너뜨릴 뻔했던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감자 이야기'를 수도 없이 겪는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마음을 다치고, 별것 아닌 문제에 고집을 세우며, 내가 옳다는 이유 하나로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감자를 소금에 찍든, 설탕에 찍든, 고추장에 찍든, 결국 감자는 감자다. 먹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은 하나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관용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옳고 그름을 따진다. 정치에서도, 종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가족 간의 대화 속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디아포라', 즉 "굳이 싸울 필요 없는 일 이 생각보다 많다. 사람마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배운 것이 다르고, 익숙한 방식이 다르다.그렇다면 그 차이는 잘못이 아니라, 그냥 다름의 색깔일 뿐이다. 그 색이 섞일 때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그 다름을 인정할 때 사랑은 더 깊어진다.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분명함이 필요하다. 진실, 정의, 신뢰, 그리고 인간의 존엄 같은 것들 말이다.하지만 비본질적인 일, 즉 소금이냐 설탕이냐 하는 문제에서는 우리가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비본질적인 것에는 관용을,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 누군가와 다투고 싶을 만큼 다른 생각이 있다면, 한번 속삭여 보자.
"이것도 '아디아포라'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그 한마디가 당신의 하루를,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구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옳고 그름으로만 나뉘지 않습니다.서로 다른 방식 속에도 진심이 있습니다.결국 마음을 이기는 논리는 없으니, 사랑과 배려로 사소한 것들을 품을 줄 아는사람이 진정한 지혜인이다.감사합니다.
노수빈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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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