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 급식의 풍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다섯 칸으로 나뉜 스테인리스 식판이 떠오른다. 한국 식문화에서'제대로 된 식사'란 무엇보다'따뜻함'을 전제로 한다. 식판 중심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이 자리하고, 그 곁에는 반드시 뜨거운 국이나 찌개가 놓인다.
이러한 온기는 단순히 음식의 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이의 건강을 살피는 정성이자'정(情)'의 표현이기도 한다. 조리원분들이 직접 따뜻한 국물을 배식해 주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집밥 같은 정서적 안정을 주며, 식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반면 미국의 급식 문화에는 철저한'실용주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학교 식당(Cafeteria)에서는 샌드위치나 피자, 치킨 너겟처럼 손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핑거 푸드'나 조리 과정을 최소화한'콜드 런치(Cold Lunch)'가 주를 이룬다.
한국처럼 국물을 중시하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내에 신속하게 영양을 보충하고 남은 시간을 친구들과의 소통이나 신체 활동에 활용하려는 합리적인 사고가 우선시된다. 또한 개별 포장된 우유나 조각 과일 등은 배식의 효율과 위생을 동시에 고려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식판의 차이는 각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이'한솥밥을 먹는'행위를 통해 공동체와 예절을 중시하는'가족의 확장'으로서의 식사를 강조한다면,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식습관이 공존하는 배경 속에서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는'자율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한국 식판에 담긴 깊은 온기와 미국 식판이 보여주는 합리적인 선택. 형태는 다르지만, 두 급식 모두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각 사회가 고민 끝에 내놓은 최선의 답인 셈이다.
최효정 명예기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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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