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세상]일제 ‘탄압의 손길’ 문화계에도 드리워

[가요세상]일제 ‘탄압의 손길’ 문화계에도 드리워

번지없는 주막 5

  • 승인 2008-09-10 00:00
  • 신문게재 2008-09-11 12면
  • 김명환 작가김명환 작가
日 연극대본 검열 등 트집 일쑤… 공연 중 막 내리기도
“민족魂 담았다” 번지없는 주막 등 대중 가수들도 수난


한번은 임검석 에 앉아있는 순사에게 술을 한잔 하자고 유인하며 돈 봉투를 건네주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일들은 공공연하게 있었다. 의례히 그 지방에 공연을 가면은 먼저 돈 봉투를 준비하여 초대권과 같이 회식비에 쓰라고 주는 것이 당시에는 관행 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당시에는 극장이나 아니면 가설극장 등에는 극장 안에 임석경찰관석이라고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임석나온 경찰관은 그 자리에 앉아 그날에 연기하는 연극 대본을 놓고 배우들이 연기하며 주고받는 대화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대본 외에 다른 말이 있으면 즉시 호각을 불면서 연극을 더 이상 진행을 못 하도록 막는다. 그것은 각본에 없는 대사를 했다는 이유에서 다 이렇게 트집을 잡으면 그날은 연극을 중단 하고 막을 내려야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며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로 악극단은 큰 피해를 보게 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 일제 탄압속 당시 문화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순사들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문화인들을 괴롭혔으며 ‘번지없는 주막’등의 민족의 혼을 담은 노래는 더욱 그러했다. 사진은 일제 초기의 조선 총독부 건물.
▲ 일제 탄압속 당시 문화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순사들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문화인들을 괴롭혔으며 ‘번지없는 주막’등의 민족의 혼을 담은 노래는 더욱 그러했다. 사진은 일제 초기의 조선 총독부 건물.
그렇기 때문에 지방 공연을 하게 되면 우선 관할 경찰서를 거쳐 가까운 파출소까지 이들 일본 순사들에게 뇌물 공세를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명목으로 트집을 잡아 공연을 못하게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순사들에게 적당히 뇌물을 바치고 공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안 하며는 공연은 영영 못하고 그곳을 떠나야만 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의 경찰관서 에 들려 돈 봉투를 주는 것이 관행 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연을 하지 못 함은 물론이요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받는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긴다. 그러니까 우선 공연을 못하게 하는가 하면 입장하는 조선 사람들을 하나하나씩 붙잡고 검문을 한다. 그러니 극장에 공연을 보러온 손님들이 순사가 무서워 극장 구경을 할 수가 없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이들 일본 순사들의 구미에 맞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일화가 있다.

당시에 인기가 높은 여배우를 골라 같이 순사를 데리고 요정엘 갔다. 순사는 여배우를 보자 눈을 크게 뜨면서 악극단 단장에게 바쁘실 텐데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 씩이나 반복하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리고 여배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야심찬 표정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그 일본순사는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그 여배우가 저를 좋아 하는 것처럼 착각을 해도 한참 하는 것 이다. 사실 그 일본 순사가 아주 최고 악질 순사로 소문난 인물 이었다. 그래서 그 자의 입을 막기 위해 요정으로 초청 하여 술을 먹이려고 했든 것이다. 그 일본 순사는 그것도 모르고 싱글벙글 하여 계속 웃기만 한다. 악극단 단장과 여배우는 그 자의 행동에 속으로는 너 이놈 죽어 봐라 하며 그와 반대로 이를 갈 고 있었음을 알 리 없다 그런 시간이 한참 흐르자 술상이 들어왔다.

▲ 1940년대 초, 오케레코드가 주관하던 ‘조선악극단’에서 최고인기를 얻었던 여가수들. 죄측부터 ‘연락선은 떠난다’ 장세정씨,‘오빠는 풍각쟁이’의 박향림씨,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씨. ‘연분홍 사랑’의 왕숙랑씨.
▲ 1940년대 초, 오케레코드가 주관하던 ‘조선악극단’에서 최고인기를 얻었던 여가수들. 죄측부터 ‘연락선은 떠난다’ 장세정씨,‘오빠는 풍각쟁이’의 박향림씨,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씨. ‘연분홍 사랑’의 왕숙랑씨.
술상이 들어오자 여배우는 냉큼 술잔을 들어 순사에게 건네며 한잔 마시라고 권했다. 일본순사는 예쁜 여자배우가 술을 따라주니 기분이 좋다면서 계속해서 술잔을 주는 대로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꼬박꼬박 받아 먹드니 결국은 술에 만취해 방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것은 좋지만 방바닥이 흔 건하게 소변 실례를 했으니 방바닥은 강이 아닌 강이 돼버리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겼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보이지 않는 복수는 한 셈이랄까.

단장과 여배우는 밖으로 나오면서 술집 주인에게 팁을 주면서 잠든 일본순사를 깨우지 말고 실컷 잠자게 놔두라 고 하고 이들은 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일단은 일본 순사에게 복수를 한 셈으로 그리고 이들 일행은 단원들이 묶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 왔다. 문제는 일본 순사였다 경찰서에서는 순사가 경찰서로 들어와야 할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질 않으니 경찰서에서는 직원들을 풀어서 그 순사를 찾느라고 난리가 난 것 이다. 그러나 끝내는 그 순사를 찾지를 못 했다.

그러니 경찰서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순사찾는데 실패한 서장은 경성 지금의 서울에 있는 조선 총독부에 보고를 하게 됐다. 이 보고를 받은 조선 총독부 경무부에서는 증발된 순사의 소재 파악을 여기저기 해도 찾질 못하자 이 순사를 대기 발령을 시켰다. 한편 술을 마신 순사는 그 요정에서 3일 동안 술에 취하여 깊은 잠을 잔 것이다. 다시 말한 다면 밤낮을 따진다면 꼬박6일 동안 이 순사는 술에 취해 잠을 자버 린 것이다. 그리고 순사는 의식을 잃고 방에다가 오줌을 싸면서 까지 잠을 잔 것이다. 그러니 방바닥엔 물바다가 아닌 오줌 바다가 되었고 이렇게 술을 취하게 먹인 사람은 악극단 단장과 여 배우였다.

이 사건은 함경북도 주을군 이라는 작은 군청 소재지이며 온천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임석한 순사 의 횡포 때문에 공연을 못하게 되자 악극단에서 임원회를 하여 연극을 못하게 하는 순사를 혼내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얼굴 예쁜 여자 배우를 동반하여 그 자 에게 복수를 하자는 데 뜻을 모아 벌인 사건 이었다. 얼마 후에 이 사건의 내용이 밝혀져 우리 조선 사람 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도록 웃겨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흔하게 있는 일들이다.

특히 가수가 순사에게 요시찰 인물일 경우는 특히 더했다. 번지 없는 주막 이라든가 나그네 설움 같은 민족의 혼이 담긴 노래는 더욱 그러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앞에서도 밝힌바 와같이 연극 대본에서도 꼼꼼하게 검토를 하고 공연 도중에도 막을 내리게 하는 일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래서 악극단 임원들은 늘 긴장하며 일본순사 눈에 들게 교섭을 해야 했든 것 이다. 그 이유는 연극대본 외에도 간혹 흥미롭게 하기 위하여 재담을 넣어서 관객을 웃기는 때도 있다.

이럴 때면 그 배우를 불러다가 대본 외에 한 말들을 꼼꼼 히 따져 물으며 그 내용이 독립 운동자들 에게 암호로 뭔가를 알리는 것이 아니냐고 하며 구두 발로 앞정강이를 차는 등 횡포를 일삼는다. 매를 맞는 배우는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며 관객들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함이라고 극구 부인 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다일이 이쯤 되고 보면 악극단에 있는 임원이 돈 봉투를 만들어 들고 그 순사를 찾아 간다. 그리고 순사에게 잘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러면 잘 듣고 봐주는 순사도 있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목에다.

힘을 주고 잔뜩 버티는 자들도 있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여자배우가 찾아 간다. 그리고 앞에서 밝힌 대로 요정으로 데려가서 술상을 차려놓고 그 곳에서 돈 봉투를 건네주며 부탁을 한다. 일이 이쯤되면 그 순사는 돈 봉투를 받고서 야 공연을 하라고 허락을 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그 지방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어떻든 어렵게나마 이들 악극단은 마음을 놓고 공연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공연을 하지만 날씨가 가 궂어 비라도 오는 날엔 관람객이 오질 않아 공치는 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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