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97주년, 현실은…무관심 속 잊혀가는 현충시설

  • 사회/교육
  • 국방/안보

3·1절 97주년, 현실은…무관심 속 잊혀가는 현충시설

순국선열 위패 모신 충렬사·문충사, 문 굳게 걸어잠가 은행 들어선 송병선 선생 순국지… 주민 대부분 “몰랐다”

  • 승인 2016-02-29 17:37
  • 신문게재 2016-03-01 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충렬사
▲ 충렬사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통치에 항거해 굳건한 독립의사를 알린 날이다.

올해로 '3·1 만세운동'이 97주년을 맞았지만 지역 내 현충시설은 방치된 채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일부 시설은 출입조차 불가능한데다 홍보 또한 부족해 시민들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국가보훈처 현충시설 통합정보에 따르면 대전에는 충렬사, 문충사, 윤봉길 의사 동상, 신채호선생 생가지, 송병선선생 순국지 등 5곳의 독립운동 현충시설이 있다. 충남과 충북에도 유관순열사 생가, 한용운선생 생가, 기미독립만세 추념비 등 모두 116곳(충남 73·충북 43)이 현충시설로 지정돼 있다.

현충시설은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들의 공훈·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5년부터 지정·운영돼 오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29일 둘러본 대전지역 현충시설은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 송병선·송병순 형제 동상
▲ 송병선·송병순 형제 동상
이날 오전 11시 유성구 장동 충렬사를 찾았다. 이곳은 일제 침략에 맞서 살신구국한 민영환 선생, 최익현 선생,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이준 열사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그러나 출입문이 닫혀 있어 출입이 불가능했다. 봉안된 위패를 보기 위해서인 듯 충렬사 창호지 곳곳엔 손가락 구멍이 나 있었다. 기자도 구멍 틈새로 다섯 분의 위패를 겨우 볼 수 있었다.

낮 12시 동구 용운동 문충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충사는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에 통탄해 자결한 송병선·송병순 형제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외부 정원에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굳게 쥔 송병선·송병순 형제의 동상이 눈이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가 보려 했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두 형제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과 조선시대 서원양식을 따른 용동서원을 문하나 사이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동구 성남네거리에 위치한 '송병선 선생 순국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송병선 선생은 을사조약 체결 소식을 듣고 고종에게 을사5적 처단과 조약 파기를 건의한 뒤 이곳에서 자결, 순국했다.

생가지는 1993년 신협이 들어서면서 철거돼 현재 순국비와 안내판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웃주민과 신협을 찾은 고객들에게 “송병선 선생 순국지임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대부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중구 부사동 충무체육관 앞엔 윤봉길 의사의 동상이 우뚝 서있지만 비문이 녹스는 등 애국정신의 빛이 바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9일 개관한 신채호 선생 생가의 단재 홍보관에만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 독립운동 현충시설이 살아있는 역사교육현장인 만큼 순국선열을 기리면서 시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문화유산단체 관계자는 “대전에도 순국선열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이를 기념할만한 콘텐츠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민들로부터 잊혀지는 것 같다”며 “현재 문충사와 충렬사에서 매년 올리고 있는 제향을 시민 참여행사로 확대하고 나머지 현충시설은 학교 역사탐방이나 견학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