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반복되는 독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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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반복되는 독감 유감

  • 승인 2017-01-10 11:11
  • 신문게재 2017-01-11 22면
  • 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
▲ 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
▲ 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
날씨가 추워지면 영락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독감이다.

한때는 독한 감기로 생각하기도 했던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은 상부 호흡기계(코, 목)나 하부 호흡기계(폐)를 침범하며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독감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매년 겨울에 유행한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이나 소아와 같이 면역성이 떨어져 있는 경우엔 사망률과 합병증이 증가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독감과 같은 감염성 질병은 둑이 무너지면 쉽게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한꺼번에 와르르 전염되어 국가적 대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스페인 독감부터 홍콩 독감 등 여러 전례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던 것이 바로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초여름에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처음 나타나고 8월에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급속히 번져 치명적으로 발전하였는데, 9월에는 미국에까지 확산됐다. 이후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740만명이 감염됐으며 이들 중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레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냈는데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 중 H1 N1형으로 확인됐다.

2016년 겨울은 우리나라에서 독감이 기승을 부린 해로 기록된다. 잠깐 추위 후에 갑자기 유행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위에 시작된 바이러스가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쉽게 전파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유행은 좀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데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발병이 적었지만 초·중·고 학생들에서 많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노인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질병관리본부의 독감발생 표본감시 결과를 보면 2016년 독감 유행주의보가 12월 8일 발령된 이후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가 34.8명에서 61.8명을 거쳐 2016년 12월18~24일 86.2명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의 더 큰 문제점은 7세에서 18세까지의 학령기 독감 의심환자 수가 외래환자 1000명당 50주(12월 4~10일)에 107.7명, 이후 153명, 195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했던 독감의 유행 추세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은 좀 미흡해 보인다. 당국은 독감 의심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독감 의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60명 선을 넘어서자 보건부가 시행한 것은 12월 21일부터 한시적으로 독감 치료약제에 대한 보험급여를 10세에서 18세까지로 확대한 것이 전부다.

우리나라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위험군 등 일부 권장대상만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험군인 9세 이하 어린이는 예방 접종이 시행되고 있는 반면, 학령기에 있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예방에서 완벽하게 제외돼 있다.

2015년 우리나라 인구동향을 확인해보면 10~19세의 인구 수는 약 558만여 명이다. 이는 4970만여 명의 국민 중 약 11.2%를 차지한다. 벌써 657만여 명으로 13.2%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독감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망과 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년은 국가 백년대계의 핵심 인력이다. 이들을 질병의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까? 학령기의 학생들은 독감에 걸려 학교에 갈 수 없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엔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과 병원치료 및 간호에 대한 비용 등이 고스란히 부모에게 돌아간다.

부모 중 한 사람은 직장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은 소득이 적은 사람은 물론이고 핵가족 시대인 지금 누구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이를 미리 방지할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를 세계 곳곳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나라라고 한다. 앞으로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지금, 나라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을 질병의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감의 유행이 매년 반복될 것이 예상된다면 면역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국가가 예방접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추워지는 겨울에 유행을 하니 방학시기를 조금 조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좀더 세밀하고 확실한 대책으로 청소년들에게 질병을 걱정 하지 않는 학창시절을 선물해 주고 싶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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