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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환((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자연의 도움만으로 스스로 싹이 터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고 번식하는 풀이나 나무들을 야생화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4900여종의 야생화가 있고 그중에서 관상(觀賞)적 가치가 있는 것은 600여종 정도라고 한다. 종(種)에 따라 수많은 개체수가 있기 때문에 보고 즐길 수 있는 야생화자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보면 된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야생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양각색으로 자연여건에 순응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고 흥미롭다. 식물들의 생식방법은 동물들보다 다양하고 더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조시인 김원각은 ‘겸손’에서 ‘자기를 봐달라고 고개 처든 꽃 앞에선 사람들은 그냥 서서 흘깃 보고 가지만 그 아래 숨은 야생화 허리 굽혀 바라보네’ 라고 야생화의 겸손을 노래한다. 아주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꽃이라도 뚜렷한 개성과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야생화이리라.
꽃은 무겁고 우울한 마음을 즐겁고 가벼운 기분으로 바꾸어 주기도 하고 생각이나 발상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때론 사랑의 메시지가 되기도 하지만 치유(治癒)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꽃을 주제로 한 예술이나 문학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은 인간의 꽃에 대한 사고(思考)의 동질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꽃은 인간의 삶과 매우 깊고 밀접하다.
야생화를 취미로 즐기는데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시간과 관심만 있으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걸을 수만 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즐길 수 있다. 동행할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혼자도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그림이나 음악처럼 야생화도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많이 느낄 수 있다. 찍다보면 멋있는 사진작품이 덤으로 생기기도 한다. 야생화는 아파트주변이나 공원, 산이나 들, 시냇가나 도로변 등 일상생활 주변에서 계절 따라 새로운 꽃들을 누구나 수시로 마주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관심만 있으면 ‘온 천지가 야생화다’라고 해도 될듯하다. 꽃이 눈에 띠면 꽃의 모양이나 특색을 관찰하는 호기심이 필요할 뿐이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정년퇴직 후에 시골의 농장에 오고가며 야생화가 눈에 띄기 시작하였고 점점 야생화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나는 ‘꽃을 좋아하는 노인‘이 되었다. 해가 갈수록 야생화세계에 푹 빠져서 시간에 틈만 나면 산이나 들에서 도서관에서 인터넷에서 서재에서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기웃거리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야생화가 내 노후생활의 중요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김천환((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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