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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지내면서 오늘은 업무에 시달려 지친 하루의 일과로서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닌 비록 지친 몸이지만 웃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가족과 가족이 만나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기대하며 가슴 뭉클한 영화 한편을 소개해본다.
1960년대 초 한국의 영화산업은 매우 급속적인 발달로 당시 국가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황금기라고 할 정도로 르네상스를 이루게 되었다.
자유당 말기 정치적인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 속에서도 국민들의 삶과 애환을 여실히 보담아주며 국민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해주었던 것이 바로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김승호, 김진규, 조미령, 신영균, 최은희, 최무룡, 김지미, 황정순, 그리고 중반기에 이르러 신성일, 엄앵란 까지 가세하여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등장하여 한 해에 영화 제작편수가 약 100여편이 넘는 기록을 남겼던 시대였다.
특히 1961년에는 홍성기 감독이 국내 최초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춘향전’을 만들어 내었고 같은 해에 강대선 감독이 만든 영화“마부”가 세계 3대 영화제라고 일컿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해이기도 하다.
오늘 그 시절 최고의 국민배우 김승호가 주연을 맡아 명품영화로 만든 작품 바로 그 “마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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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해 본다.
아내를 사별하고 늙은 몸으로 마차를 끌면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버지 춘삼(김승호 분)에게는 벙어리라고 시집을 갔어도 늘 구박만 당하고 남편에게 매를 맞고 친정집으로 쫓겨오는 큰딸(조미령 분)과 비록 낙방을 거듭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가족의 희망이 되고 있는 사법고시생인 큰아들(신영균 분), 또 구질구질한 가난이 너무 싫다고 친구(최지희 분)의 옷을 빌려입고 다방을 전전하며 사장님 딸 행세를 하며 다니다가 사기꾼(장혁 분)에게 걸려 버림받고 가슴아파하는 둘째딸(엄앵란 분), 그리고 늘상 사고를 치면서 공부는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막내아들이 있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벙어리 큰딸이 삶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차거운 시신 앞에 평소 딸의 아픔을 보듬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딸의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아버지, 마부 아버지의 삶은 이처럼 애환이 끊이지 않고 늘 고달프기만 하다.
그런 일상 속에서도 아버지의 아픔을 헤아리며 언제나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마주(馬主)집에서 도우미살이를 하는 수원댁(황정순 분)의 마음씨에 아버지는 큰 위안을 받는다.
한편 수원댁을 흠모하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으며 아버지에게 빚독촉으로 앙갚음 하는 김영감(김희갑 분), 그의 아들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며 둘째딸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연모하는 큰아들의 친구 창수(황해 분)와 인정머리 없는 마주(윤인자 분), 그녀의 내연남 기둥서방(주선태 분), 또한 동료 마부들 모두가 아버지의 삶속에 늘 함께하는 이웃들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하루 살림살이가 너무나 힘들지만 잡초처럼 꿋꿋하게 살아간다. 결국 큰 아들이 고시에 합격하고 둘째딸과 막내아들도 정신을 차리고 새출발을 한다.
고시에 합격하던 눈 내리던 날에 자녀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수원댁 아주머니에게 어머니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웃음지으며 마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계에서는 최초로 ‘아시아 영화제’에서 연속 3회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국민배우 ‘김승호’를 비롯하여 ‘신영균’ ‘조미령’ ‘엄앵란’ ‘황정순’ ‘김희갑’ ‘주선태’ ‘윤인자’ ‘황해’ ‘최지희’ ‘장혁’ 등이 출연하였고 감독으로는 당시 멜로드라마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강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강대진 감독은 1933년 전남 무안군 출신으로 현 중앙대학교 전신인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신상옥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하다가 1959년 영화 <부전자전>으로 감독 데뷔를 하였다.
그의 영화는 전후 이탈리안 리얼리즘 계통의 영화에서 맛볼 수 있었던 흐뭇한 인정담과 더불어, 현실을 직시하는 '카메라의 눈'이 되어 고난을 극복하면서 다양하게 살고 있는 우리 서민들의 일상을 정감있게 그려나갔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허구(虛構)만이 아닌, 우리들 주변의 실상이었기에 당시 관객들로부터 더 큰 공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렇듯 서민영화와 멜로드라마로 1960년대에 큰 인기를 누렸던 그는 1970년대 말 종교영화에 심취해 <사랑의 원자탄>(1977), <사랑의 뿌리>(1978), <석양의 10번가>(빛을 마셔라)>(1979), <죽으면 살리라>(1982), <화평의 길>(1984) 등을 연출하였고 1987년에 소천한 감독이다.
그러나 영화 ‘마부’하면 누가 뭐래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국민배우 고 김승호선생을 피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명 김해수(金 海壽), 강원도 철원출생 1930년 중반에 종로의 주먹 김두한의 소개로 동양극단에 입단하여 배우수업을 한 후 해방후 극단 신협을 중심으로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로 활동하여 이 계통에서 신화를 남긴 전설적인 배우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 넷을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코 <박서방><로멘스빠빠> <맹진사댁 경사>그리고 <마부>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그는 이들 작품으로 제7,8,10회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연속 수상하여 국위를 선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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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가족들끼리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한가지 영화감상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영화 <마부>를 감상하기에 앞서 우리의 고달픈 인생 속에서도 삶이 있기에 행복이 있음을 생각하고 영화 속에 나타나는 가족 간에 있어서 참다운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영화 감상 후에 가족간에 다음과 같은 주제로 토론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권유해 본다. 먼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행동과 함께 부모마음과 자식마음을 각각 헤아려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자.
두번째로 시집은 갔지만 언어장애인이라고 구박만 받다가 결국은 목숨을 끊은 첫째 딸의 아픔과 눈물, 또 그러한 자식을 두고 오열하는 아버지의 심경은 어떠할까? 세 번째, 다친 다리를 이끌면서도 고생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고시공부에 열중하는 큰 아들의 바른자세와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대견해 하는 아버지의 심경은 어떠할까?
다음으로 가난이 싫다고 부모를 원망하며 삐뚤어 나가는 둘째딸과 막내아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아픔에 따른 아버지의 심경은 어떠할까?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그런 가족간의 대화 후에 느껴지는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정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느껴보는 행복한시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도완석 연극평론가/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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