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아쉬움이라는 욕심을 버리면서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아쉬움이라는 욕심을 버리면서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8-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쉬움을 갖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비록 어떤 일을 했지만 조금 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은 때로는 그리움으로, 그리고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매번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음으로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아쉬움으로 생기는 안타까움과 그 안타까움 때문에 느끼는 고통은 사실 어떤 고통보다도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은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이겨낼 수 있지만, 아쉬움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불쑥 불쑥 찾아오는 아련함과 애잔함, 그리고 마음이 여리는 가슴의 고통으로 이겨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이런 아쉬움이 때로는 추억으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과거 못 다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안타까움의 후회로 남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꼭 1년 전 아버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버님은 파킨슨병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2년 반을 계시다가 수면 중 조용히 하늘로 가셨습니다. 수면 중 임종하셨기에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아버님의 성품 그대로 자식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시려고 아마도 그렇게 조용히 우리를 떠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하늘로 가신 후에 정말 많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남았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하지 못한 많은 시간과 비록 같이 보내는 시간에도 더 잘 모시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마음이 아픈 적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아버님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매주 대전 현충원에 계신 아버님을 찾아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의 묘소를 매주 찾아뵙는다고 해도 그 아쉬움과 죄송함은 결코 사라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책감은 마음속의 후회로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떠나신지 꼭 1년이 지난 후, 아버님 기일에 다시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아버님 기일 제사를 드리려고 어머님이 계신 대구에 갔습니다. 어머님을 뵙고 점심 식사를 모시려고 가는 도중 어머님은 누님내외분의 차안에서 고통을 호소하셨고, 불규칙적인 호흡과 구토 증세를 보여 구급차를 불러 바로 병원 응급실로 가셨지만 급성 뇌출혈로 10시간이 지난 후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호흡을 멈추셨습니다. 아버님이 요양병원에 계시는 동안 어머님은 약간의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셨고, 지난 해 정밀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2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평소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하신 분이라서 병의 원인을 알게 되면 받게 될 충격을 고려하여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누님이 매일 복용하실 약을 챙기고 어머님의 증세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아버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후 어머님은 아버님이 계신 대전으로 오시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어머님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주치의의 권유와 대전으로 오실 경우 보다 나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대전으로 모시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개월간 대전에서 거처하실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원하시는 대전으로 이주를 운명하신 후에나 장례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이 원하시던 대전으로의 이주를 조금 더 서두를 것을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버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는 상황이 어찌되었던, 나의 잘못과 죄송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님의 기일 제사를 모시려고 했던 날, 갑작스럽게 어머님을 하늘로 보내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상하지도 못하고 미리 준비할 수도 없었던 황당한 어머님의 운명에 슬픔보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과 가슴이 저리는 후회가 더 큽니다. 조금만 더 우리에게 시간을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도 결국에는 자책과 후회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주 아버님의 기일 제사를 모시고 어머님과 함께 신안 증도에 가려고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님을 모시고 어디를 가면 혹시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여행일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증도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행도 결국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속에서 실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문을 오신 모든 분들이 어머님의 철저하신 자기관리가 결국에는 본인과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아버님의 기일에 맞춰 아버님과 함께 하늘로 가신 것이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정말 진심으로 믿고 싶습니다. 운명하시는 그 순간까지 자식 걱정으로 본인의 죽음조차도 더 이상의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꼭 1년 차이로 같은 날인 지난 8월 15일 대전 현충원에 두 분을 함께 모셨습니다. 아직도 어머님의 소천이 실감나지 않고, 너무나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떨쳐 낼 수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를 떠나신 분을 생각하며 이런 아쉬움을 갖는 것도 살아 있는 자식이 갖는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욕심을 갖지 않도록 어머님은 그렇게 우리를 떠나셨는데도 말입니다. 우리가 이런 아쉬움의 욕심을 갖는 것이 이미 떠나신 고인의 발목을 잡고 놓아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진정으로 어머님과 아버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기 위해서는 이런 아쉬움이라는 욕심조차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미 운명하신 어머님을 구급차에 모시고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 대전으로 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후회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지만, 이미 이런 모든 과정이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묘하게도 최근의 모든 일들이 이런 상황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예정된 계획이었다면, 정말 우리는 아쉬움의 욕심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예정된 계획에 따라 어머님을 보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의 장례에 전 총장님, 총장님, 교직원분들, 신부님, 수녀님들, 서울과 부산에서 조문오신 선후배 여러분들, 대학원 총동창회장님과 임원들, 대학원학생회 임원들, 학생대표, 성당의 교우분들을 비롯하여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이분들의 위로와 조문이 너무나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머님의 뜻에 따라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님께 이 말씀밖에 드릴 수 없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어머니, 정말 잘 사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언제나처럼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2.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3.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4.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5.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1.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2.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헤드라인 뉴스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 거점국립대 9곳 모두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예상과 달리 평가에 따라 일부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거나 차등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여기에 일반 국립대와 사립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까지 속출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전날인 18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한 '국립대학 육성' 사업비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