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오려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오려면

전유진 편집부 기자

  • 승인 2019-08-29 10:43
  • 신문게재 2019-08-30 22면
  • 전유진 기자전유진 기자
전뉴진
'할아버지의 경제력, 부모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세간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조국 법무무 장관 후보자 일가를 보니 속설만은 아니란 게 확실해졌다. 조 후보자의 딸은 서민이라면 듣도 보도 못한 과정을 거쳐 한영외국어고에서 고려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미 부모의 지위·네트워크로 인턴을 하고 교수를 제치고 논문 제1저자로 올랐다. 부유한 가정이고 성적이 형편 없었는데도 격려 차원의 장학금을 내리 받았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던 바다. 하지만 소문이나 추측만 무성했을 뿐, 내막을 알진 못했다. 무엇보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가가 삶을 결정해 버리는 사회, 끔찍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던 사람이다. 그런 조 후보자의 딸이 전형적인 기득권층의 코스를 밟아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외쳐온 조국 후보는 정작 자신의 딸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적법하다'는 말로 일축하는 것은 물론 '노력의 결과', '보편적 기회'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뒤늦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법과 제도를 따랐다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나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결정될 일이다. 나는 그의 거취보다도 한국 사회가 고착화된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지가 더 궁금하다. 가난 탈출,경제적 독립,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라고 여겼던 교육이라는 희망이 보기 좋게 걷어 차이면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실태를 직시하게 됐다.

집권세력이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원인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힘은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재산이 없더라도 더 노력하면 노력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년들은 열심히 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는 걸 절절히 실감하게 됐다.



한국 입시제도는 물론이고 나아가 견고한 기득권 정치가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 촛불의 힘에서 봤듯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정치다. 권력층의 일부 위선적인 면모로 인해 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이 "그럼 그렇지"하며 정치에 대해 자조적인 태도로 돌아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는 만큼 당장의 먹고 사는 일이 급급해 이에 골똘할 수밖에 없는 게 대다수의 현실이다. 그러나 결국 사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우리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쪼록 우리들의 좌절과 시름이 더 깊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유진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2.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3.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4.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