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개천절과 홍익인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개천절과 홍익인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10-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개천절 하면 떠오르는 생각 하나, 고등학교시절 단군상을 그린 일이다. 부탁한 사람 소유 책 속의 그림을 확대 모사한 것이다. 풀로 된 모자를 쓰고 도포 모양의 겉옷에, 어깨 위로 나뭇잎을 두른 모양이다. 무슨 책이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부탁한 사람이 단군 숭모 모임 소속 아니었나 생각한다.

단군을 보는 견해가 제각각이다. 실제 역사 인물로 보기도 하고, 신화나 전설로 보기도 한다. 단군을 우상이라며 단군상이나 그림을 철거 또는 훼손하는 세력도 있다. 대단한 과오요, 무모한 일 아닐까? 창조론과 진화론 만큼이나 시각차가 크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신화나 전설로 본다고 문제 될 사안도 아니다. 인류 발생을 궁금히 여기는 것처럼, 나라 개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의문을 풀어내는 한 방법이 신화나 전설이다. 집단적 잠재의식이나 정서, 집단문화의 발로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단군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단 단군성전에서 열린 2019년 "단기 4352년 개천절 대제전"에서 홍석창 현정회 회장이 제향의식을 하고 있다./연합
시작한 김에 단군신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삼국유사』 끝부분을 제외한 원문 그대로 해석한 내용이다. 좀 길지만 옮겨 보자.

"<위서魏書>에 이르기를, 이제 2,000년이 지나갔다. 단군왕검이 있었다. 아사달(阿斯達, 경經에는 무엽산無葉山 또는 백악白岳이라 부르는데 백주白州 땅에 있다. 혹은 개성開城 동쪽에 있다 한다. 지금의 백악궁白岳宮을 이른다)에 도읍을 정하고 조선朝鮮이란 국호國號로 나라를 연다. 이것은 고高와 같은 시기이다.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옛날에 환인(桓因, 제석帝釋을 말함)의 서자(庶子) 환웅(桓雄)이 있었다. 수시로 천하에 뜻을 두어 사람 사는 세상을 탐한다. 아버지가 아들 뜻을 알고 내려다보니 삼위태백산三位太伯山이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해 줄만하다. 이에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내려보내 다스리게 한다.

환웅桓雄은 무리 3,000을 거느리고 태백산太伯山 마루(곧 태백산太白山은 지금의 묘향산妙香山) 신단수神檀樹 아래 내려온다. 이것이 신시神市이고, 이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이른다. 그는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수명壽命·질병疾病·형벌刑罰·선악善惡 등을 주관한다. 모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敎化)한다.

이때 범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고 있었다. 항상 신웅(神雄)에게 기도하여 사람으로 변하기를 원한다. 이때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며 말하기를,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 형상이 될 것이라 한다.

이에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먹고 삼칠일(21일) 동안 조심했다. 곰은 여자 몸으로 변하나 범은 금기를 지키지 못해 사람 몸이 되지 못한다. 웅녀(熊女)는 혼인하여 더불어 살 사람이 없자, 날마다 단수壇樹 밑 제단에서 아기 배기를 축원한다. 환웅이 잠시 거짓 변하여 그와 혼인했더니 이내 잉태해서 아들을 낳았다.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 부른다. 당고唐高가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庚寅年, 요堯 즉위 원년元年은 무진戊辰년이다. 그러니 50년은 정사丁巳요, 경인庚寅은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닌지 의심스럽다)에 평양성(平壤城, 지금의 서경西京)에 도읍하여 비로소 조선朝鮮이라 부른다. 또 도읍을 백악산白岳山 아사달阿斯達로 옮긴다. 궁홀산(弓忽山, 일명 방홀산方忽山), 금미달今彌達이라고도 한다.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린다. 주(周)나라 호왕(虎王)이 즉위한 기묘己卯년에 기자箕子를 조선朝鮮에 봉했다. 이에 단군檀君은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겼다가 뒤에 돌아와서 아사달阿斯達에 숨어 살다 산신(山神)이 되니, 나이는 1908세이다. (이하 생략)"

장황하게 건국과정으로 너스레 떤 이유가 있다. 위기에 처하거나 어려움에 봉착하면 해법이 가까운 데, 기본에 있기 때문이다.

상기 이야기나 8조금법, 우리 역사를 종합해보면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고유사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 크게 더불어 행복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이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인본주의 사상, 이타주의적 윤리관, 현세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현세주의적 사고가 담겨있다.

사리사욕에만 충실하지 않았나? 이웃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더불어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았나? 인류 미래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바가 있기나 한가? 오늘 우리의 모든 언행이 홍익인간에 어긋나지나 않는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고추 100%로 속여 판 충북 옥천 식품업체 대표, 벌금 8억 7000만원 선고
  2. '읍면 공동주택' 1.2만 호 무산 여파… 세종시 후속 대책 추진
  3.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4. “건물 폭파하겠다” 방위사업청서 소란 피운 여성 도주…경찰 추적
  5. 대전맹학교, 휠체어 리프트 갖춘 대형 전기버스 도입
  1.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2. 대전시가족센터·대전오페라단 업무협약
  3. '한글 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4. [날씨] 광복절 연휴 첫날 충청권 흐리고 비…오후부터 곳곳 소나기
  5.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위한 의료품 지원

헤드라인 뉴스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1945년 8월 15일 조국 독립의 감격은 대전 도심 곳곳에 깊은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세워진 대전의 대표적 광복 상징물이 마침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 문화유산으로 결실을 맺었다.대전시는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대전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가 대전시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됐다고 밝혔다.을유해방기념비는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대전부민(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세운 약 3m 규모의 비석이다. 다른 지역의 해방기념..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