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본질로 한 걸음 더

  • 오피니언
  • 행복시대

[행복시대]본질로 한 걸음 더

손종학(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1-07 11:01
  • 수정 2018-01-07 14:25
  •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교수님

언제부터일까? 우리 사회는 사물의 본질을 잊어버린 채 덮개에 불과한 형식에만 온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는 부끄러움도 없이 마치 책임을 다한 양 만족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위안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시라도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새해 벽두에 무슨 말이냐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들여다보자. 이 문제는 학교가, 교사가, 그리고 사회가 어떻게 하면 학교 폭력을 줄이면서 폭력으로 인한 피해 학생을 도와주고, 가해 학생을 교정할 것인지,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학교 폭력의 예방과 교정은 뒷전으로 물린 채, 책임회피만을 위하여, 정해진 매뉴얼대로의 이행 여부에만 온갖 관심을 갖는다. 형식적 매뉴얼대로만 이행하면 무사하고,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뇌의 흔적들은 신고 처리의 지연 등으로 이어지는 징계일 뿐이다. 매뉴얼은 글자 그대로 정형화된 최소한의 행위 준범일 뿐, 모든 상황을 다 예정하고 가장 좋은 처신을 제시해 주지는 못 하지 않는가? 거기에 피해 학생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조치 등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저 형식적 처리만 하면 되고, 징계만 피하면 된다. 이런 제자 사랑 없는 교육은 미래를 죽인다.

행정은 어떤가? 시민을 위한 적극 행정, 주인의식을 가진 책임 행정이 아닌 겉으로만 드러난 친절 행정, 새로운 시도는 도외시한 채 하지 않을 이유 찾기에만 머리를 싸매는 소극 행정, 책임지지 않을 정도만 일하는 무책임 행정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럼 정치는 또 어떤가? 우리의 정치는 정말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사회 통합에 진력하는 큰 정치인가? 아니면 순간의 표만 의식한 채 고만고만한 정책들만 남발하는, 그래서 소소한 정치라는 비아냥거림을 피해가지 못하는 골목 정치일까? 이 단순한 의문에 대한 답변에 그리 긴 시간과 많은 말이 필요할 것 같지가 않다. 후진 정치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모두들 형식적 요건 갖추기에만 혈안이다. 그것으로 면피하고, 그것으로 넘어가려 한다. 거기에 발전이, 진보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성장을 넘어선 성숙이 아니던가? 사랑을 잃은 학교, 시민을 놓친 행정, 국태민안을 잊은 정치, 이 모든 것이 본질을 재껴두고 껍데기만 채우려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무엇인가를 하긴 하였는데, 무엇인가가 빠진 모양새다. 실질을 벗어나 형식만 맞추려는 욕심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제 속을 채울 시점이다. 배추 속 꼭꼭 차듯 빈틈없이 채워가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이다. 번듯한 건물이 아닌, 그 건물을 채울 제도와 시스템, 의식과 문화를 고민할 때란 말이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이런저런 새해 소망을 이야기한다. 나도 작은 바람 하나 품어본다. '올 한 해 본질로,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그러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 존중'이다. 사람 존중의 교육, 행정, 정치야말로 우리가 함께 채워갈 본질적 가치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먼저인 문재인 정부의 인간 중심 사회에 부합하는 가치가 아닐까?

그런 사회가 2018년 이루이지길 소망해 본다. 진정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향하여 한 걸음 더...

 

손종학(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