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새해 에디톨로지(Edit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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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새해 에디톨로지(Editology)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9-01-21 10:11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권득용_2018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참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습니다. 로맨틱 가이는 아니지만 '우리 영화나 한편 보러 갈까' 지나가는 말로 불쑥 던진 한 마디에 아내가 덥석 입질을 한 거지요. 그러고는 출가한 딸아이와 전화기 너머로 한참 수다를 떨더니만 하정우가 출연하는 '더 벙커(The Bunker)'를 보러 가자네요. 처음부터 꼭이 봐야겠다고 점찍은 영화도 없었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나 에로물을 기대했던 것도 아닌지라 토를 달기도 뭣해서 흔쾌히 동의를 했습니다.

딸아이가 예약해 준 CGV 스위트박스는 그야말로 젊은 연인들을 위한 몇 안 되는 프리미엄 커플 좌석이었습니다. 옆좌석과는 칸막이가 되어 있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팔걸이가 없어 무척 안락해 보였습니다. 하여 딸아이의 센스에 내심 기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스토리에 공감되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커플석에 앉아 있는 것이 오붓하거나 즐겁다기보다는 왠지 쑥스럽고 어색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 역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애틋한 마음으로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숙맥이 되어 애꿎은 팝콘을 축내면서 헛기침 몇 번 하고 말았지요.

생처교숙(生處敎熟)이라 했던가요. 우리의 삶은 생소함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오가는 일이지만 그날 아내의 달뜬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결국 꼰대가 되어 젊음과 청춘 그리고 달콤한 사랑의 리뷰를 로딩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만에 아내와의 외출은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한편으로 잠깐이라도 즐거운 상상의 기회를 만들어준 딸아이의 배려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행복이란 합리적으로 해석되는 방정식이 아니라 삶의 파편들이 한순간 빛나는 일이지요. 사소한 일상에서 창조되는 기쁨들이 넉넉한 웃음이 되고 행복이 됩니다. 세상에는 새로운 행복이란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 숨겨져 보이지 않은 것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모든 기억과 시간들을 다시 찾아내는 의미의 재 확대가 아닐까요. 또한 어떻게 활용하며 관조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창조되어지며 그 유닛은 아마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문장부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글을 써온 것처럼 나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함부로 대하면서 일방적인 사고의 온점을 찍어온 것은 아닌지 마음의 창을 열어보았습니다. 결국 행복의 손잡이는 내 마음의 안쪽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영하의 수온주에 미세먼지가 자취를 감춘 겨울하늘이 눈이 시리게 파랗습니다. 방금 아들이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카톡으로 전송한 아내가 아들의 글이 당신을 닮았다고 한 마디 건넵니다. 행복이 울컥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재구성하는 에디톨로지를 창조해야겠습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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