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국전쟁 직전에도 산내서 민간인 학살 있었다

  • 정치/행정
  • 대전

[기획]한국전쟁 직전에도 산내서 민간인 학살 있었다

'전쟁 발발 후 학살 자행' 진화위 기록과 일부 다른 내용
영국 셰필드대 아카이브 기록 중인 관련 자료 직접 확인
골령골 학살·세균전 등 60여 가지 미공개 자료 다수 보유
한국전쟁 관련 진실 규명 새 실마리 제공 초미 관심

  • 승인 2019-11-18 17:42
  • 신문게재 2019-11-19 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낳은 비극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채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이제 겨우 세상에 조금 드러났을 뿐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집단학살은 그 비극의 크기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누군가에 의해 덮어놓고 싶었던 사건 중 하나다. 단일 학살 터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수도 있는 산내 골령골. 그곳에 대해 아무도 찾지 않았던 기록을 이역만리 영국 땅에서 확인했다. 전 세계에 최초로 학살 사실을 보도한 영국인 기자 앨런 위닝턴의 비망록을 찾아낸 것이다. 영국 현지에서 발견한 기록과 그것을 계기로 다시 한번 진실 규명과 치유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5회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 주>



[기획]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진실을 재조명하다-'런던에서 산내까지'

1. 런던에 남겨진 한국전쟁의 기록

2. '민간인 학살 보도' 기자 앨런의 발자취



3. 골령골 학살, 어떻게 기억돼야 할까

4. '핑크 플로이드' 대전 평화콘서트 열릴까

5. 평화와 치유의 공간으로





11111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에서 보관 중인 앨런 위닝턴이 남긴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록물 뭉치.


111
지난달 28일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 관계자가 취재팀이 요청한 자료 상자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기록이 발견됐다.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을 최초로 다룬 외신기자 앨런 위닝턴이 생전 기록했던 자료로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 발발 후 대전 산내에서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와 달리 전쟁 이전인 1949년에도 학살이 자행됐다는 취재 기록이 나오는 등 새로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새로운 진실 규명에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중도일보와 비영리단체인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팀은 지난달 26~30일 영국에 머물며 셰필드대학에 보관 중인 영국 일간지 데일리워커 소속 기자 앨런 위닝턴(Alan Winnington·1910~1983)의 생전 기록한 자료 일부를 직접 확인했다. 셰필드대학 아카이브 도움을 받아 이뤄진 이번 방문은 대학이 보관 중인 65개 목록 중 미리 열람 신청한 자료 일부만 확인이 가능했다.

취재팀이 이번 방문에서 열람한 자료 목록은 ▲한국전쟁 연대기 한국에 관한 기록 뭉치와 1966년 이후 방문 이후 기록 ▲한국전쟁에 대한 타이핑 기록물 ▲한국전쟁과 세균전쟁에 관한 내용 ▲전쟁 포로와 주고받은 편지 등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 6가지다. 목록 하나당 많게는 100여 장이 넘는 자료가 망라돼 있었으며 사진을 비롯해 취재노트, 편지, 기사, 일기 등 형태도 다양했다.

111111111111111111111111
앨런 위닝턴이 수집한 한국전쟁 발발과 관련된 기록물 표지
앨런이 수기로 기록한 자료 중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49년 2차례에 걸쳐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보아 직접 증언을 기록한 취재노트로 보인다. 1949년 8월 중순 좌익 사범 42명이 골령골에서 죽임을 당했으며 같은 장소서 전쟁 이전에 한 차례 더 학살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그동안 조사됐던 내용에 없었던 것으로 추후 연구를 통해 역사를 규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첫 학살은 전쟁 발발 이후인 1950년 6월 28일이다. 2015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세균전을 벌였다는 '니덤 보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앨런이 남긴 기록 중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도 다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셰필드대학에 동행한 앨런의 아들 조 위닝턴(Joe Winnington)은 이 같은 자료가 안전하게 보관 중이란 사실에 안도하며 다수 자료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영국 방문을 추진한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는 "7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자료를 처음으로 열람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며 "열람한 자료보다 훨씬 많은 자료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에 진상 조사를 위해 앞으로 추가 조사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런에 대한 자료가 셰필드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역할을 한 영국인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 박사는 "지난 70년 동안 사람들을 끔찍하게 한 이야기에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며 "한국 국민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배려하고 진실을 발견하는 데 헌신한 기자의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은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세부 사항들로 정말 놀라웠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은 지난 2000년 1월 해제된 미국 비밀문서 공개에 의해 1950년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1800여 명~최대 7000여 명의 정치범 등 민간인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한 후 집단 매장됐음이 공식 확인됐다. 런던=임효인 기자
1111111111111111111
앨런 위닝턴이 1950년 전쟁 발발 이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학살을 목격한 후 그해 9월 그 참상을 기록한 소책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4.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5.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1.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관련 단체 민간자격증 소지자 16명 확인
  2. [홍석환의 3분 경영] 잘할 수 있다는 믿음
  3. [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4. [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6월16일 월요일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이재명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추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제9회 지방선거를 흔드는 메가톤급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탈(脫) 세종이 현실화되면 직접적 타격을 입는 충청권을 넘어 인천, 호남까지 연쇄 충격파가 우려되면서 전선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앞으로 5년간 국정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PK 대표 공약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도 조만간 구체화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경제성장수석 산하에 신설되는 해양수산..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선 올해 입주한 서구 용문1·2·3구역 '둔산더샵엘리프' 재건축 사업이 적용대상으로 꼽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58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전에선 용문1·2·3구역이 유일하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용문1·2·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재초환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2025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학과와 교대 정시 합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인문계 학과에 대거 교차 지원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본격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15일 종로학원 분석결과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서울대·고려대 등 비공개)의 인문계 학과 340곳 중 정시 합격생 가운데 55.6%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으로 나타났다. 수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