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7. 진수성찬(珍羞盛饌)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7. 진수성찬(珍羞盛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그리워한다고
= "아이야 바람소리 들리느냐 대숲 우는 소리 / 너희는 올곧게 자라는 사철 푸르른 대나무를 닮고 / 어디서도 떳떳한 굴하지 않는 성품을 품어 / 하늘 우러러 밝은 웃음 마음껏 웃으려무나 /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이야 너희는 내일의 꿈이다 / 빛이다 보석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원한……" =

[그리워한다고 말하지 않겠네 - 임영희 제3시집](발간 행복에너지)에 실린 <아이야>라는 시다. 이 글을 보면서 손주가 떠올랐다. 작년에 이 세상에 온 외손녀와 친손자는 우리가족 모두의 사랑을 송두리째 받고 있다.



최근 걸음마를 시작한 외손녀의 약진은 더욱 눈부시다. 지난 1월 25일은 설날이었다. 하지만 손주가 어린 탓에 아들과 딸내외에게도 올해는 집에 오지 못하게 막았다. 내년엔 손주 두 녀석이 모두 걸음마와 내처 종종걸음까지 할 터다. 그때 오라고 할 참이다.

이 책의 저자 임영희 시인은 1970년 초에 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제1시집 『구슬빽과 허리띠의 의미』(1972년)에 이어, 제2시집 『목련이 피던 아침』(1981년)을 내놓으며 동인지 『진단시』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가 오랜 잠영(潛影) 끝에 제3시집 『그리워한다고 말하지 않겠네』를 발표하면서 특유의 내공과 촌철살인까지 가득 품은 시를 선사한다. 임 시인의 정수를 담았으며 고전적인 세련미와 현대적인 통찰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밝혀 주는 글을 더 살펴본다.

= "[연리지] 그리워서 그리워서 너를 안고 가슴이 되어버린 나무여 / 생명이 있는 건 사랑하는 마음을 품어 그리워한다네 /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는 그 세월의 안타까움이여 / 굳어버린 나무의 가슴과 가슴 백년이 가고 천년이 가도 / 그 끝없는 사랑 연연한 그리움 변함없이 영원하리라" =

연리지(連理枝)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과 함께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시를 읽노라면 작년에 나의 환갑을 맞아 진수성찬(珍羞盛饌)과 만반진수(滿盤珍羞)에 매료되었던 당시가 떠오른다.

물론 아이들이 보내온 회갑연(回甲宴) 비용은 아내가 강탈했다. 또한 '백세시대'라고 하거늘 건방지게 이제 겨우 육십 먹은 놈이 뭔 잔치냐고 할까봐서 그 또한 미뤘다. 다만 진수성찬과 만반진수의 정서까지 공유하게 된 까닭은, 이 저자의 시인 덕분에 기시감(旣視感)까지 넉넉하게 발동한 때문이다.

38년째 살아오면서 한 번도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은 아내가 정말 감사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아내에겐 굳이 그리워한다고 말하진 않으리라. 부부는 의리니까.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아름다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사람에게 매력과 동경, 환희, 즐거움, 나아가서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꽃과 사랑을 노래하는 임영희 시인의 신간 『그리워한다고 말하지 않겠네』는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함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소망, 기도, 그리움, 사랑, 때로는 부조리하고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 등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정제된 시어로 노래한다. 특히,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에 대한 따뜻하고 애정 가득한 시선은 임 시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에 그 근간을 두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시종일관 '만반진수'의 이 저서에서 개인적으로 더욱 후한 눈독(욕심을 내어 눈여겨보는 기운)의 점수를 준 부분은 {꽃향기를 닮은 사람}(P.10~11)이었다. "사람에게도 향기로운 사람이 있어 꽃향기가 나지요"로 시작되는데 나는 어떤 군상에 속하고 있는가를 새삼 고찰하게 된다.

장미꽃과 라일락처럼 달콤한 향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억새풀처럼 빳빳한 사람과 갈대마냥 마구 흔들리는 사람이 실재한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 책이 그 해법의 길라잡이 역할까지 하고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