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여성이 힘으로 세상을 지배한다면? 현실 폭력의 미러링 '파워'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여성이 힘으로 세상을 지배한다면? 현실 폭력의 미러링 '파워'

나오미 앨더먼 지음│정지현 옮김│민음사

  • 승인 2020-03-05 16:46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파워
 민음사 제공
파워

나오미 앨더먼 지음│정지현 옮김│민음사





만약 여성에게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생긴다면 어떨까? 나오미 앨더만의 소설 『파워』는 이 가정을 구체화한다. 여성 중심 사회, 가부장제에 대비되는 '가모장제'가 수천년 동안 자리잡은 세계가 소설의 무대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란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왔던 평범한 상상이지만, 작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공격적인 남성과 자애로운 여성이라는 틀 안에서 상상하는 가모장제 사회는 온화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처럼 여겨진다. 『파워』는 그 관점을 벗어나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 속 폭력을 보여준다. 배우 엠마 왓슨이 추천하며 말했듯 "과거 페미니스트 소설의 노선과는 다르게,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엔 전쟁도, 폭력도 없으리라는 진부함에 도전"한다.



소설 속 문학 권력인 여성작가 나오미와 '남류작가' 닐의 대화, 그리고 닐이 쓴 책으로 등장하는 『파워: 역사 소설』의 내용은 현실을 미러링한다. 실제 세계 속 성차별, 성폭력, 유리 천장, 여성 할례, 인신매매와 매춘, 전쟁 강간 등의 고통은 "매우 적나라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역전되어" 남성에게 가해지고, 하루하루 역사로 자리 잡으며 일상이 되어 간다. 힘을 쥔 여성들은 가해자가 되기에 주저함이 없고, 남성들은 만성적인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며 위축돼 간다. 현실 속 여성이 겪는 지옥은 그 대상이 남성으로 바뀌면서 낮선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힘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닐은 과거에 가부장제 사회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나오미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얼마나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는지 모른다"고 농담을 한다. 닐은 이에 지지 않고 '여성 중심 사회'와 여성이 지닌 '파워'가 당연한 이치이자 순리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우리가 아는 역사와 종교, 그 밖의 모든 것들이 힘을 지닌 자들을 의해, 혹은 위해 각색되고 편집된 바에 불과하다는 닐의 말은, 소설 밖 우리의 현실에 필요한 메시지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3.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4.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5.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1.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2.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3.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4.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5.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충남도가 이번엔 18개 기업으로부터 435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또는 부단체장, 박윤수 제이디테크 대표이사 등 18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18개 기업은 2030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28만 9360㎡의 부지에 총 4355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인 이화다이케스팅은 35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서..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2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보람동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안팎에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이 전 시장 스스로도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내 시장 경선 구도는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고준일 전 시의회의장 vs 김수현 더민주혁신회의 세종 대표 vs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vs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