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 빨간 우체통 앞에서-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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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빨간 우체통 앞에서- 신현정

  • 승인 2020-03-10 09:3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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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빨간 우체통 앞에서

신현정





새를 띄우려고 우체통까지 가서는 그냥 왔다

오후 3시 정각이 분명했지만 그냥 왔다

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냥 왔다

난 혓바닥을 넓게 해 우표를 붙였지만 그냥 왔다

논병아리로라도 부화할 것 같았지만 그냥 왔다

주소도 우편번호도 몇 번을 확인했다 그냥 왔다

그대여 나의 그대여 그 자리에서 냉큼 발길을 돌려서 왔다

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껍데기를 톡톡 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왔다

그대여 나의 새여 하늘은 그리도 푸르렀건만 그냥 왔다

새를 조각조각 찢어버리려다가

새를 품에 꼬옥 보듬어 안고 그냥 왔다.



?



신현정 시인을 얼마 전 알았다. 이름만 보고는 여성인 줄 알았다. 그리고 시인은 작고했다는 것도 알았다. 시인을 통해 편지가 새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지난 주말 모처럼 산에 갔다가 봄이 온 걸 알았다. 세상에 새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비로소 알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다채로운 것도 알았다. 새의 노래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도 알았다. 새와 편지, 내 마음을 울리는 두 낱말을 시인의 시를 통해 알았다. 설레는 봄, 두근거리는 내 마음. '새를 품에 꼬옥 보듬어 안고 그냥 왔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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