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6.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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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6. 토사구팽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3-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남산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 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방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한 전대미문의 '팩트'는 토사구팽(?死狗烹)을 두려워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토사구팽'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가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토사구팽의 대표적 인물에 <초한지>의 또 다른 주인공 한신(韓信)이 우뚝하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의하면 그는 어려서 매우 가난했지만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이는 훗날 반드시 무인(武人)으로 성공하겠노라는 다부진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나라 말 나라의 국운이 기울면서 난세가 시작된다. 항우(項羽)가 그의 숙부인 항량(項梁)과 함께 군사를 일으켰는데 한신도 이에 가담하였다. 하지만 한신은 미천한 신분이라는 이유로 요직에 중용되지 못했고 한직으로만 전전했다.

꿈이 컸던 한신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자 결국 항우를 떠나 유방(劉邦)의 진영에 가담한다. 하후영은 한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승상 소하(蕭何)에게 추천하였다.

소하는 다시 한신을 유방에게 천거했고, 유방은 파격적으로 삼군 총사령관인 대장군에 임명하였다. 그러나 천하를 제패하자 그의 운명이 달라진다.

유방이 원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동안, 유방의 부인 여후(呂后)와 승상 소하에 의해 진희(陳?)가 일으킨 반란을 공모했다고 모함받은 후 참살되었다. 토사구팽의 전형적 수법이었다.

초한지 시대 이후에 등장하는 게 <삼국지>다. 이즈음 활약한 인물이 오호장군(五虎將軍)이다. 이는 중국 삼국 시대에, 촉나라 유비(劉備) 막하의 범같이 무서운 다섯 명의 장군이었던 관우(關羽), 장비(張飛), 조운(趙雲), 마초(馬超), 황충(黃忠)을 이른다.

천만다행(?)으로 이 당시 유비는 그들 오호장군에게 토사구팽이란 징치(懲治)를 하지 않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경호실장 곽상천에게 "곽 중령은 경호나 잘해!"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흥분한 곽 실장은 급기야 권총까지 뽑아드는데 따지고 보면 이는 분명 하극상(下剋上)이다. 실제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1926년생에 별 세 개로 제16대 보안사령관까지 지냈다.

반면 차지철 전 경호실장은 1934년생으로 김재규보다 8년이나 연하인 데다가, 군 계급도 중령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김규평은 대통령과 육사 동기이자 육군 중장 출신이다.

한데 '기껏' 육군 중령 출신인 차지철에게 밀리고, 절대 권력자의 신임마저 잃게 되자 결국 10·26사태를 일으켰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셈이다. '남산의 부장들'이 던지는 화두는 명료하다.

먼저, 대저 치자(治者)는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2인자의 운명은 늘 그렇게 비참했다. 따라서 2인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로만 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토사구팽은 현재도 진행형임을 인지하고 매사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습관의 견지가 필요하다.

끝으로, 경호실장 곽상천의 경우처럼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하고 경거망동(輕擧妄動)을 했다간 필연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부메랑 줄에 스스로 옭아 묶인다는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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