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인류를 위한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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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인류를 위한 과학기술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6-04 15:40
  • 신문게재 2020-06-0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한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줄기세포 관련 연구부정 사건의 당사자가 논란 이전에 강연 등에서 인용해 유명해진 말이다. 실은 프랑스의 저명한 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가 1888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파스퇴르 연구소 취임식 연설에서 처음 했던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과학에는 국가가 없다면 과학자는 조국을 가져야만 하고 그의 연구결과가 세계에 끼친 영향은 국가의 공으로 돌려야 한다"라고 했다. 짧은 말이지만 곱씹어보면 '과학의 보편성'과 '국가주의'라고 하는 이율배반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국가'가 왜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을 지원해야 하나? 19세기 말 제국주의와 국가 간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던 노과학자가 인류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필자는 이해했다.

20세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가가 과학기술을 대규모로 지원한 이유가 명확해진다. 1, 2차 세계대전 기간 국가는 비행기, 항생제, 레이다, 원자폭탄 등의 개발에 과학기술자들을 집중 동원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얻었고, 전쟁의 승리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람들을 살리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하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최근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었다. 인류 공존을 위해 과학기술이 국경을 초월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역과 치료제, 백신 개발에 관련 분야의 모든 과학자들이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치료제와 백신은 공공재라는 원칙 아래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고, 파스퇴르의 바람이 130년이 더 지난 지금에 와서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인류 앞에는 코로나와 같은 대유행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펼쳐져 있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우리 대부분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1750년경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0%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이미 1도보다 더 높아졌다. 고작 이 정도에도 지구가 더워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증가 추이는 가팔라지고 있으며 21세기 말에는 3~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인류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희망하는 목푯값은 1.5~2도 상승이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배출 총량은 증가하고 있다. 연간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에너지 부문이며 그중에서도 화석연료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활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유일한 가치는 인류의 생존과 안녕이어야 한다. 훌륭한 과학기술 성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극히 낮은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때문에 원전의 비중을 서서히 줄이려고 하고 있다. 수천 년에서 수십만 년 이후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당장 시급한 문제는 제쳐두는 꼴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비가역적인 변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에너지원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가장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표방한다는 유럽이 왜 원자력 발전을 기후친화적인 에너지로 받아들였을까?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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