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살고있는 동네를 향한 애정과 시간이 쌓이면 기록이 된다

[대전기록프로젝트] 살고있는 동네를 향한 애정과 시간이 쌓이면 기록이 된다

대전어반스케치 2015년부터 도심 풍경 그리는 동호회 활동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싯구절처럼 지역에 애정 생겨
기록의 목적성 최우선 아니지만, 사라질 동네부터 방문해
경쟁보단 그림을 그렸다는 공감성 가치 공유하는 장소되길

  • 승인 2020-06-21 15:35
  • 신문게재 2020-06-22 5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김소형 소제동
가장 최근 야외스케치 모임에서 다녀온 소제동. 김소형 운영자의 그림이다.
목동 수녀회 전체
목동 거룩한말씀수녀회를 그린 회원들의 다양한 그림들. 사진=소형그림전파사 블로그
⑧대전을 그리는 즐거움 '대전어반스케치'

'어반스케치'는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도시의 건물과 거리, 풍경, 사람을 담는다. 살고 있는 지역의 모든 곳에서 그려지는 것을 어반스케치라 부르기도 하는데 도시마다 소그룹 형태로 존재한다. 지역에서도 2015년부터 '대전어반스케치(운영자 김소형)'라는 이름으로 대전을 그리고자 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활동 중이다.

코로나19가 잠잠했더라면 야외 스케치를 하는 날이던 셋째 주 토요일, 대전어반스케치를 대표하는 운영자 김소형, 스태프 한세라, 최상아 씨를 만났다.



운영자 김소형 씨는 "어반스케치는 각자 사는 동네를 그려서 공유하는 개념이다. 현재 동호회원은 241명 정도가 있고, 대전의 랜드마크와 사라질 동네를 중심으로 장소를 정해 한 달에 두 번 야외스케치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한세라 스태프는 "어반 활동을 하면서 몰랐던 공간을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좋다. 옛 도지사공관이나 소제동이 내겐 그렇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 말고도 가면서 보는 풍경, 날씨까지 등 종합적인 것이 기억되는데 유년시절을 대전에서 보내지 않아서 그런지 숨어있는 공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대전어반스케치는 취미 생활이 기반이다 보니 대전을 그리고 기록해야 한다는 목적성에 두지 않는다. 다만 내가 사는 지역을 그리면서 쌓인 애정과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기록된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

최상아 씨는 "그림을 그릴 때 목적이나 의미 있는 것을 그리진 않는다. 다만 도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도시에 사는 걸 힘들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사람들이 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지, 여기에 살던 사람이 왜 나가야 하는지 궁극적인 물음들이 생긴다"며 "요즘 허름한 것들이나 골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런 걸 온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00621_090032856
대전어반스케치 최상아 스태프의 그림. 옛충남도청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을 담았다.
KakaoTalk_20200621_090025352
대전어반스케치 한세라 스태프가 그린 소제동 모습.
김소형 운영자는 "어반은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동네와 도시를 그리다 보면 애정이 가고 안정감이 생긴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처럼 이런 활동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록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번 쓸고 닦은 거리와 새롭게 칠한 페인트는 차이가 있다. 레트로를 아주 잘 만든다 해도 시간이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록의 목적성은 없지만 대전어반은 사라질 것 같은 동네를 우선적으로 방문해왔다. 2년에 한 번씩 기획전을 여는 것도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전의 모습과 그림의 기록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코로나 재확산 전에 소제동을 다녀왔고 상황이 좋아진다면 비래동과 신탄진, 용계동 쪽으로 야외 스케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주민과 나누는 교감도 야외 스케치만의 묘미다. 또 장소 불문, 재료의 간편함도 어반의 장점이다.

한세라 스태프는 "대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삶의 즐거움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다니면서 소통도 할 수 있다"고 했고, 최상아 스태프는 "그림으로 경쟁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에 공감하는 것이 어반의 가치관"이라고 말했다.

김소형 운영자는 "비가 오던 날 소제동 대창이용원은 실내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배려해줬고, 세탁소 아저씨는 의자를 빌려주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소소하게 나누는 이야기들도 또 다른 재미"라며 "많은 대전사람이 살다가 한 번쯤 스치는 곳으로 어반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1.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2.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3.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4.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5.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포지엄 성료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