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오래된 아파트 기록 어떻게 남겨야 할까?

[대전기록프로젝트] 오래된 아파트 기록 어떻게 남겨야 할까?

전경·주변 경관 사진 남길 의무없어 5년마다 삭제
가장 오래된 아파트·최초 주상복합 공식 자료도 없어
30년된 중구 한밭가든 정도만 과거 기록 일부 남아

  • 승인 2020-07-05 14:39
  • 신문게재 2020-07-06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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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가든아파트 104동 놀이터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왼쪽은 2002년, 오른쪽은 2014년 사진이다.
⑩아파트 기록물 '전무' 생활 기록 시급

대전에서 오래된 아파트 모습을 담은 기록물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있다. 길게는 50년에서 짧게는 20∼30년 된 아파트들이 지역에 다수 있지만, 사진 등 기록물에 대한 의무보관 기간 5년이 지난 자료들은 모두 폐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 중 대전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구 오류동 삼성아파트도 전경이나 주변 경관 사진을 남겨두지 않았다.

삼성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이 개별로 자신들이 간직하기 위해 찍어서 보관하는 분들은 있겠지만, 아파트 자체에서 변천사를 사진으로 찍어 관리하거나 그런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아파트에 사는 최창규(57) 씨는 "자녀들 대학까지 보내며 30년이 넘게 살아온 공간인데, 이제 뒤돌아보니 사진 하나 남기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아파트에서는 전경 사진 같은 기록물들을 잘 관리해왔으면, 그 사진들 보면서 두런두런 옛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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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도관 공사 후 남겨둔 단지 내 사진 모습(좌)과 최근 모습(우). 진입로 나무가 크게 자라고 뒤쪽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 장면이 다르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출생아 수를 기록한 1971년 4월에 첫 입주를 시작한 중구 석교동 제일아파트다. 4층 한 개 동으로 연립주택에 가까운 아파트로 당시엔 상수도 보급도 일반적이지 않아 여전히 수돗물 공급이 되지 않는 아파트다.

석교동 제일아파트와 용두동 쌍용아파트, 용전동 현대아파트, 부사동 민영아파트 이후 1977년 1월엔 대전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인 인동 ‘인흥상가아파트’가 지어졌다. 5층 건물 중 1층엔 재래시장이, 2층부터 5층까지는 공동주택이 들어선 아파트였다.

1976년엔 대사동 보문맨션, 1978년 문화동 계룡맨션, 같은 해엔 14층 고층 아파트인 문화동 삼익아파트가 지어졌다. 다음 해인 1979년엔 최초의 15층 아파트인 태평동 삼부아파트(1차)가 준공됐다.

하지만 이러한 대전의 오래된 아파트들의 기록을 대전시가 공식적으로 보관하고 있진 않다.

대전시 도시계획과와 도시경관과, 공동주택지원팀 등에 확인해본 결과, 공통으로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에 대한 사진 기록물을 따로 남겨두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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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한밭가든아파트 정문의 달라진 구조물.
아파트는 시공 연수가 높을수록 재개발과 재건축 가능성이 크다. 대전 최초의 아파트, 대전 최초 민간 아파트, 대전 최초 대규모 단지와 같은 대전의 스토리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자료의 가치는 구전으로밖에 전해지지 않는다.

또 일반주택과 아파트 또한 삶과 생활기록인 만큼 시와 지자체, 아파트 관리업체의 주도적인 기록물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식적으로 오래된 아파트 중 일부 자료를 남겨둔 아파트도 있다. 1991년에 준공한 중구 산성동 ‘한밭가든’ 아파트다. 기록을 위해 남겨둔 사진은 아니지만, 시설물 공사 전후 사진이나 회의 등을 통해 남겨둔 사진 자료들을 모아 보관하고 있었다.

한밭가든아파트 이지웅 관리소장은 "전경이나 경관 사진을 일부러 남겨둔 건 없지만, 제가 부임하면서 회의자료나 공사 자료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난 이상식(76) 할아버지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준공하고 입주할 때, 이 놀이터 의자에서 우리 식구랑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며 "사진을 보니까 그때 그 시절 첫 집을 장만해서 식구랑 딸자식이랑 이사 온 기억이 나는 거 같다"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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