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진보는 미투(Me Too)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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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진보는 미투(Me Too)로 망한다

김재석 작가

  • 승인 2020-07-14 21:1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재석
김재석 작가
먼저 고(故)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기도 했고, 인권변호사이며 시민운동가였다. 서울시정을 맡아서 행정가로도 성공한 케이스이다. 마지막 죽음은 석연치 않은 자살로 마쳤지만 그가 이뤄놓은 시민운동의 길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만약 그가 살아있어 전 비서와의 미투(Metoo) 사건이 법정에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고죄를 주장하는 권력자의 면모를 보였을까, 아니면 사죄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을까? 그렇지만 그의 자살은 이도 저도 아닌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끝이 났다. 굳이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의 죽음은 권력에 의한 타살로 비쳐졌다. 2009년 5월 당시, 나도 서울 광화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여가 지나가는 거리를 추모 인파와 함께 휩쓸렸다. 그의 상여에 손을 대며 이 땅에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2020년 7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렀다. 그의 자살이 전 비서의 미투 고소가 있고 난 직후에 일어난 일이라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킨다 해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그의 서울특별시장(葬)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50만명이 넘는 사람이 지지했다. 장례 논란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의 유서라고 보이는 쪽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과만 있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는 단 한마디도 없다. 물론 고소사건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점도 십분 이해는 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의 희생으로 권력의 음해가 끝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두 사람이 똑 같이 자살을 택했지만 어떤 죽음은 희생으로, 또 다른 죽음은 배신으로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말이 바뀔 것 같다. 보수가 부패로 망하는 것은 똑같지만 진보는 미투로 망하게 생겼다. 내년 4월에 치러질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 양대 시장 선거는 미투사건이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어떤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고 보수 후보를 찍기엔 너무 학습된 경험이 많지 않은가, 부패할 거란….'

고전 중에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란 책이 있다. 프레이저는 이 책에서 숲의 왕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담론을 펼친다. 왜 고대인은 숲의 왕이 되기 위해 황금가지(겨우살이)를 꺾어 그 가지로 전임 사제를 죽이고 새롭게 사제로 등극해야만 하는가? 오늘날에도 이 황금가지 신화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계속된다. 누가 되풀이되는 이 권력게임을 그만두게 말릴 것인가?

보수와 진보 논리가 권력싸움으로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면 이제는 중도논리가 나와야 할 절호의 기회이다. 중도논리를 가진 대안 세력이 나와서 한국사회를 시스템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진영논리에 의한 유투버 막말들, 지방의회까지 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이런 관행적 시스템은 분명 바꿔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라고, 저스티스(정의)와 똘레랑스(관용)가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가 되려면 진영논리를 중재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중도세력이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나 진흙탕 싸움만 지켜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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