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맹상군의 식객(食客)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맹상군의 식객(食客)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 승인 2020-10-14 17:57
  • 신문게재 2020-10-15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회전문, 낙하산, 밀실, 보은(報恩), 정실(情實), 코드, 특혜, 측근 인사 등 요즘 허태정 대전시장이 인사를 할 때마다 들리는 얘기다.

공석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에는 김종남 전 민생정책보좌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좌관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허 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당선을 도운 뒤 민선 7기가 출범과 동시에 시 민생정책자문관에 임용됐다. 이후 4·15 총선을 위해 사임했다.



앞서 2급 상당의 정무수석보좌관으로 최용규 전 대전시티즌 대표를, 대전도시공사에 김재혁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경제과학협력관을 경제통상진흥원으로, 자영업협력관을 홍보담당관으로,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역대 정부마다 코드·낙하산·회전문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유독 허 시장 체재에서는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충시인(충남대, 시민단체, 민선7기 인수위원회<캠프출신>)인사'란 불명예 딱지는 임기 내내 쫓아다니고 있다. '회전문 인사'도 여전하다.



인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전문성과 능력이다. 그리고 주변에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능력과 무관하게 낙하산으로 임명된 인사는 소신 행동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이나 시청 눈치를 보는 데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 결단력 있는 조직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 임기 내내 복지부동하면서 기관 경쟁력은 물론 대전시 경쟁력까지 좀 먹는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는 결국 폭 넓은 인력 풀에서 이뤄진다. 민선 7기 대전시가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유독 받고 있는 것은 빤히 들여다보이는 엷은 인력 풀 때문이다. 시장 임기 반환점을 돈 현 시점에 인력 풀이 엷은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발탁해서 능력 발휘 할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도 과감하게 발탁하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추진력, 인성을 두루 갖춘 최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아무리 잘 된 인사에도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에는 뒤탈이 없다.

허 시장은 중국 전국시대에 탁월한 인물 중 한 명인 제나라 정승의 맹상군을 본받아야 한다. 맹상군은 3000명 식객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맹상군은 한 가지라도 재주가 있으면 식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을 3등급으로 분리해 식사와 가마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꼼꼼히 챙겼다. 진나라 소왕이 맹상군을 죽여 없애려는 계략을 꾸밀 때 식객 중 개를 가장해 물건을 잘 훔치는 사람과 닭의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는 사람의 도움으로 맹상군이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계명구도(鷄鳴狗盜)'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사자성어다.

민선 7기 2년을 넘어선 허 시장에게 식객이 부족하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헛말이 아니다.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3. 영천, '신성일기념관 개관 기념' 고향사랑기부 이벤트
  4.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5.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1.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2.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3.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4.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5.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헤드라인 뉴스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는 신속한 시스템 복구에 나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번 사태가 대전 등 충청권에 가져온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 공공 자산인 국정자원 이전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선 지역의 공공기관을 지키고 새로운 인프라를 유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도일보는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시리즈를 통해..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을 포함한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직후 나올 예정이던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면서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지난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교도소 이전사업이 8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대전시의 명확한 추진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교도소 과밀화와 시설 노후 문제는 이미 한계를 넘었지만, 이전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이며 후적지 개발 계획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1회 정례회 도시주택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구2)은 "대전교도소는 수용률이 142.9%에 달해 전국 평균(122.1%)을 크게 웃돌고, 노후 시설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까지 받..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