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화예술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화예술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 승인 2020-10-21 08:3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선승혜(대전시립미술관장)
선승혜 관장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2020년 이후의 주역임을 인정하자. 디지털 네이티브는 1980년대와 그 이후 출생으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서, 디지털 문화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세대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이주민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2001)이라는 논문에서 사용한 용어에서 유래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시점이 코로나19로 앞당겨졌다. 2020년은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는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나뉘는 시점이다. BC와 AC의 경계선은 데이터의 양으로 구별된다. 코로나 이후(AC)는 데이터양이 상상을 초월하게 급증하고, 온라인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디지털 문화정책이 세분되며, 클라우드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일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디지털 세대 격차를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현재 사회의 리더가 된 386세대 (현재 586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386세대는 20대에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서 부모님이 전화를 받으면 친구를 바꾸어 달라고 하다가, 중년이 되어서 핸드폰을 사용했다. 손으로 편지를 쓰다가, 성인이 되어서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원고지에 손으로 쓴 레포트를 제출하다가, 컴퓨터로 아래아 한글을 독수리 타법으로 익혔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응답하라’의 드라마나 혹은 레트로풍의 영화에서 이해할 장면일지 모른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화는 긍정과 부정이 거침없이 난무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분노, 증오, 혐오의 부정적 감정은 파괴력이 있는 속도로 전파된다. 그 이유는 분노와 증오는 공포와 불안의 감정과 동일한 근원을 가진 감정으로, 타인의 반응을 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공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칫 분노와 공포의 표현으로 관심을 받게 되면, 더 자극적인 분노를 표현하는 분노중독의 우려가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문화는 혐오를 넘어서는 감성의 상상력과 인간을 포용하는 예술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타인에 대한 연민 (The Monarchy of Fear)』에서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으로 감정에서 상상력이 필요하며, 인간을 포용하는 예술적 발걸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화기관은 코로나 이후 본격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인류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원론적이지만 온라인 접속자 수의 정량적 목표보다 양질의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정성적 목적을 우선시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문화정책은 '지금 여기'의 자신의 좌표를 발견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현재의 데이터에만 집중적으로 소비한 나머지 다양한 시공간에서 만들어진 기억을 유형화한 문명의 가치를 놓치지 않게 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응시하기 위해 과거에 어떤 문화를 있었는지를 이해하면 지금의 나를 심층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여기'에 굳건히 서기 위해, 수많은 다른 공간에 자연환경과 사회관습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할 때 '여기'라는 공간의 가치를 비로소 체감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디지털 문화가 일상이 될수록 사람들은 '지금 여기'의 문화를 다수가 공유하고 있다고 깨닫는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스웩(swag)은 다양한 감정을 인정하는 쿨함과 상대방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배려하는 매너일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개인 취향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희로애락 애·오욕과 같은 나와 타인의 감정을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용돌이와 같은 삼라만상의 세상에서 힘든 사람을 배려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올바르고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 나쁜 행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남에게 양보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을 겸비해 디지털 세계에서도 훈훈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가상현실의 게임이 그렇듯이 상대가 있어야 삶이 더 흥미롭다는 공존문화의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2.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3.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4.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5. [문화人칼럼] 쵸코
  1.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2.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3.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4.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5. 백강포럼, 백소회 회원 조성관 소장, 조세현 이사장 등에게 백강교육대상 수여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