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2020'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마스크 2020'

원영미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11-25 17:27
  • 수정 2021-05-09 16:36
  • 신문게재 2020-11-26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
원영미 편집부 차장
지난해 말쯤 새해를 앞두고 "와~ 벌써 2020년이라고? 초등학교 때 보던 '2020 원더키디'라는 만화가 생각나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구인과 외계군단과의 전쟁을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오토바이 같은 걸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그랬다. 어릴 적엔 아주 먼 미래일줄 알았던 2020년 달력도 이제 한 장만 남겨놓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많은 시간을 바이러스가 모두 훔쳐간 느낌이다. 두 아이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다 보면 항상 시간에 쫓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덮쳐 유치원과 학교에서 등원·등교가 중지되는 경우도 생겼다. 그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또 바이러스가 일상을 어디까지 지배할 수 있는지 절실히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이의 빨강반 이야기'라며 그동안 원에서 활동한 사진들을 찍어 파일로 만들어 보내왔다. 몇 달 후면 졸업을 앞둔 7살 녀석이 대견한 마음에 사진첩을 확인했는데 이내 씁쓸함이 밀려왔다. 사진마다 온통 마스크, 마스크…. 봄 꽃씨를 심을 때도, 추석 때 한복 입고 예절 배우기를 할 때도, 배추를 뽑을 때도,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아이 얼굴이 온전하게 나온 것은 겨우 한 장이었다. 병에 걸려 아프지 않으려면 꼭 필요하지만 마스크의 추억만 가득하다니 안타까웠다.

날씨가 추워지니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19가 또 기승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급증했고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2~3월 1차 대유행, 8월 2차에 이은 '3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말 집에 머물러 줄 것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12월 초에는 6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이달에만 400만 명 넘게 감염됐고 17초마다 1명씩 사망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유럽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마스크를 사서 쟁였다. 주말에도 집에 머물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직까지 최고의 백신이다. 진짜 백신이 곧 나온다지만 개인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진자와 1시간 넘게 같은 차에 타고 있었지만, 마스크 덕분에 감염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불편하지만 나를 위해, 또 남을 위해 써야 한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마스크와 함께하니 이제는 좀 벗고 싶다.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아이가 짝꿍도 없이 같은 반 친구 이름도 모른 채 1년을 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기를….
원영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