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코로나19 시대의 보건교사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코로나19 시대의 보건교사

대화초 정인혜 교사

  • 승인 2021-06-03 10:30
  • 신문게재 2021-06-04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정인혜 교사
대화초 정인혜 교사
"(똑똑똑) 선생님~ 마스크 좀 주세요." 마스크가 찢어졌다며 학생 한 명이 작은 손으로 입을 꼭 막고서 보건실로 들어온다. "선생님이 얼른 새 마스크로 바꿔줄게. 잠깐만 기다려."라고 말하는 짧은 순간에도 학생은 입을 가린 두 손을 떼지 않는다.

요즘 나에게 학교에서의 코로나19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학생이 기특하면서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걱정 가득한 손이 안쓰러워서 일 것이다. 이것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학교 또, 학생들의 모습이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2021년 5월 현재까지 1년이 넘게 코로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대했으나 우리들의 기대와 달리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이어지며 아직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일상이 돼버렸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학년별 등교를 거쳐 현재는 학생 수에 따른 등교 기준에 준해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기 위해 학년별로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학교에 들어오기 전 건강상태 자가진단, 발열 체크 및 손 소독을 해야 하고 이동 간 거리두기는 필수다. 교실에서는 2차로 체온 확인을 하고 칸막이를 세운 책상에서 짝없이 떨어져 공부하고 역시 칸막이가 설치된 식당에서 대화 없이 거리두기를 하고 점심을 먹는 등 많은 제약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곳마다 체온 확인, 손 소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요즘처럼 날씨가 더우면 더 힘들다. 하지만 학생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림보다는 서로 간 거리두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방역수칙들을 잘 지켜주고 따라줘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이렇게 모두가 노력함에도 코로나19 관련 확진 및 격리가 필요한 학생들이 발생한다. 본인 또는 가족들의 확진이나 격리를 경험하는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에 대한 질병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놀림거리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 교육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학생들은 나의 우려와 달리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서로를 편견없이 보듬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학교는 이렇게 매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이에 따른 대응과 함께 보건 영역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방역의 중심에는 보건교사가 있다. 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에 의해 보건교육과 학생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아픈 학생들을 치료하고 아동기,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자기건강관리 능력을 키워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이다. 물론 감염병 대응도 보건교사의 주된 업무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교내 응급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하지만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나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직업적인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도 만나게 된다.

학교 보건이라는 것은 보건교사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더불어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보건실 업무는 다양화되었고 사회가 바라는 건강 관련 요구도 증가해 보건교사 1명이 그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보건교사'라는 명칭 때문에 보건이라는 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업무를 하도록 요구받고 보건의 중요성 확대와 함께 생겨난 모든 새로운 업무들의 담당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건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보건교사 한 명에게 업무를 집중시키고 다른 직군과의 업무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환경위생 분야 등 업무 특성을 고려한 업무 조정 및 학교 현장을 반영한 실질적인 보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보건교사가 고유 업무에 집중해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지속적인 보건교육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해야하는 본질적 역할은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있음을 되새기고 동시에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대화초 정인혜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5.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한밭새마을금고, 취약계층 위한 성금 1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