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K-바이오 랩허브와 과학도시의 위상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K-바이오 랩허브와 과학도시의 위상

박재묵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7-18 08:5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전국 11개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은 인천 송도가 그 후보지로 결정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충청권에서는 바이오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대전과 충북이 각각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두 시·도가 공히 5개 지역으로 좁혀진 발표평가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였으나, 최종 단계에서는 수도권의 인천에 밀려 탈락하고 말았다.

250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경쟁에 뛰어든 지역의 지자체와 관련 산업 분야에서는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결과 탈락한 지역에서는 실망과 아쉬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탈락한 여러 지역 중에서도 대전지역의 유치활동 관계자와 시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이 특별히 큰 것으로 보인다.

대전 시민의 실망감이 큰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대전이 아이디어를 내서 중앙정부에 제안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전시장과 바이오산업 분야 관계자들이 해외 현장 방문을 통해 보스턴 인근에 소재하는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하여 초기 창업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시험분석 장비를 지역에 구축하자고 제안한 데서 출발 된 것이다. 씨는 대전에서 뿌리고, 열매는 인천에서 따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로, 평가과정에서 대전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인프라와 네트워크 그리고 지역 바이오산업의 역량과 실적이 과연 제대로 고려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대전은 다수의 중소벤처기업이 중심이 되는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고, 인천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는데, 인천 소재 소수 대기업의 명성에 가려져 대전지역 바이오기업의 실적과 잠재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게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랩허브 사업은 분명히 중소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인데, 평가에서는 대기업의 존재와 그 실적이 중시된 느낌이 든다. 9일에 있었던 정부 당국자의 선정 결과 발표에서도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표 바이오기업이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셋째로, 이번 평가 결과로 미루어볼 때, 향후 중앙정부 지원사업의 지역 유치의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평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이제 지방이 수도권을 이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어떤 지역보다도 대전이 과학기술연구와 벤처기업활동에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는 대체로 열세이다. 그래서 이번 평가 결과를 본 많은 이들은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평가해서 재정지원을 하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공모사업의 경우 지역 간 발전 격차를 고려한 지역균형발전 가산점 제도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장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평가 결과는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지원사업에는 탈락했지만, 『2030 대전 바이오헬스 혁신성장 마스터플랜』에 따라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 사업은 추진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거기에 덧붙여서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시 당국이 중심이 되어 과학도시, 연구개발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전에서는 대전이 전국 최고의 과학기술 인프라와 뛰어난 벤처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랩허브가 대전에 설치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하지만, 바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공모사업 선정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전의 과학도시 위상이 약화 된 것은 연구개발 기능의 지역적 분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대전지역으로의 연구기관 및 연구 인력의 집적은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혁신도시를 조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과학도시, 연구개발도시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관 유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박재묵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5.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1. 대전 신탄진농협-대전청과(주), 짜장면 무료나눔 행사
  2.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3. KDI "중동전쟁 영향 불구, 반도체 호황에 완만한 개선세"
  4.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5. AI·VR로 첼시 팬 경험 제안… 한남대팀 국제 프로젝트 우승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號 출항…`이장우 브랜드` 손질 나서나

허태정號 출항…'이장우 브랜드' 손질 나서나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9일 공식 출범하면서 이른바 '이장우 브랜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전 0시축제와 꿈씨패밀리는 단순한 축제나 캐릭터를 넘어 이장우 시정 4년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라는점에서 향후 존치 여부와 활용 방향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9일 출범한 인수위는 민선 9기 시정 운영 방향을 설계하는 동시에 민선 8기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한 점검 작업에 착수한다. 허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전임 시정의 정책 우선순위와 행정 기조를 비판하며 일부 사업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해 온 만..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