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전투 갑천 방어 사진 속 장소, 대전 아닌 문경" 1년 추적 끝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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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투 갑천 방어 사진 속 장소, 대전 아닌 문경" 1년 추적 끝에 확인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등 지역 단체 연구·답사 끝에 사실 밝혀내
사진 속 지형은 경북 문경, 영강 위 진남교… 산세 등 정확히 일치
"의구심에 바로잡기 시도… 잘못된 정보 재확산 주의 환기 의미"

  • 승인 2021-08-03 00:14
  • 수정 2021-08-04 13:57
  • 신문게재 2021-08-03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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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사령부 소속 소레이즈 일병이 1950년 7월 20일 촬영한 사진. 당시 사진 설명은 '강 건너편 산마루와 교량을 겨누고 있는 기관총 진지'였지만 이후 사실이 왜곡돼 대전전투 당시 갑천 방어라고 잘못 알려졌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제공
1950년 대전전투 당시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진 갑천 방어 사진이 실제 대전이 아닌 곳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확인됐다. 지역 시민단체가 1년여간 추적 끝에 사진 속 장소가 경북 문경인 것을 알아내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2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에 따르면 그동안 대전전투 갑천 방어 사진으로 알려진 사진 속 장소가 대전이 아닌 경북 문경이다.

이 사진은 1950년 7월 20일 미8군사령부 소속 소레이스(Sorace) 일병이 촬영한 사진으로, 사진 설명엔 '강 건너편 산마루와 교량을 겨누고 있는 기관총 진지'라고 돼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전쟁 당시 대전전투를 소개하는 자료에 갑천방어 관련 사진으로 알려졌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대전향토문화연구회·(사)문화유산울림 등 지역 단체는 의구심을 갖고 사진 속 장소가 대전인지 확인한 끝에 일단 대전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연구소장은 "많은 사진이 갑천에서 유성을 바라본 모습이라며 대전전투 사진으로 소개돼 있다"며 "하지만 당시 갑천에는 사진에 등장하는 다리와 지형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950년 당시엔 대전에 다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냈다. 당시 대전 시내엔 대동천에 삼성교를 비롯해 대전천에 영교(선화교)·목척교·중교·대흥교·문창교, 유등천에 수침교·유등교가 존재했다. 갑천에는 만년교와 가수원교 2개뿐이었는데 현재 지형과 비교했을 때 가수원교 옆에는 호남선 철교가 지나고 있어 사진과 다른 것을 확인했다. 이 철교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건설된 철교로, 가수원교가 맞다면 1950년 촬영한 사진에 철교가 있어야 했다.

갑천의 또 다른 다리인 만년교도 산세가 일치하지 않아 사진 속 장소가 갑천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가 끝나는 한쪽에 진지가 있을 만한 산이 있어야 하는데 지명 그대로 월평은 평지를 뜻하는 동네라는 점에서도 사진과 맞지 않다.

임재근 소장 등 일행은 사진 속 장소를 직접 찾아나섰다. 이들은 대전의 모든 다리를 확인한 데 이어 물에 잠긴 수몰지역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충북 옥천 부근에 위치한 대청호 장계교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중순께 전쟁의 과정을 추적하던 중 1950년 7월 13일부터 시작된 이화령전투가 20일께 문경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일행은 경북 문경으로 향했고 마침내 그곳에서 71년 전 사진 속 장소를 찾아냈다. '영강' 위에 세워진 '진남교'를 비롯해 산세가 사진과 일치하고 당시 전쟁에 사용된 소총 탄피도 현장에 남아 있었다.

임재근 평화통일연구소장은 "그동안 권위 있는 누군가가 단정 지은 이야기를 의심 없이 무비판적으로 다뤘던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며 "의구심을 가졌던 분들과 바로잡으려는 시도였다. 사진의 위치를 찾은 것이 전사에 큰 한 획을 바꾸는 건 아니지만 권위자에 의해 단정됐던 잘못된 정보를 재확산했던 것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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