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재택의료, 환자를 위해 길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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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재택의료, 환자를 위해 길을 나서다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 승인 2021-11-09 08:26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공진선 심평원대전지원장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왕진 가방 들고 골목길 돌아 환자를 찾아가는 의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돌보는 가족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그 대상이다. 인구 고령화로 거동이 힘든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70년대 성행하다 자취를 감췄던 왕진이 재택 의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6·25 당시 평균수명은 48세, 지금은 83세를 넘어섰다. 고령화 속도는 65세 이상 인구가 두 배가 되는 기간이다. 서양이 100년 걸린다면 일본은 24년, 우리나라는 19년이 소요돼 초고령 사회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고령자 중 35%가 독거 노인으로 의료와 돌봄의 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가 자동차도 온라인 몰에서 주문하고, 식사와 간식도 배달 앱을 통해 소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디지털화, 신속·편리함을 추구하는 변화에 의료서비스는 언제까지 예외일 수 있을까. 진료가 필요할 때 휴대폰을 열어 증상을 입력하고 원하는 방문 일시, 위치를 클릭하면 등록된 의사가 콜(Call)을 받고 환자를 방문하는 현실을 상상해본다. 의료서비스 특성상 장비나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왕진 차량에 최소형·자동화 의료기기를 세팅해 놓고 진료를 도울 수도 있다.

암 진단 인공지능로봇(왓슨)을 국내 처음 도입한 모 대학의 교수는 은퇴 후 택시를 개조해 본인 이름을 따 '○○의원'이라 붙이고 거동이 힘든 환자들을 찾아가 진료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환자도 편하고 굳이 큰돈 들여 개업할 필요가 없다니 좋은 생각이다.

재택 의료는 미국, 싱가폴, 일본, 프랑스 등 선진 대부분 국가에서 활발히 시행 중이다. 미국은 메디케어 환자를 대상으로 휴대폰앱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우버닥터', '우버너스'라 불리는 재택의료 서비스를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싱가폴은 진료와 함께 간호, 재활, 이동 도우미, 도시락 제공 등 토탈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2000년 중반부터 재택 의료를 시작해 지금은 연 천만 회 이상 실시하며 영양 상담, 약사의 투약관리를 포함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여러 형태의 재택 의료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2001년 가정간호 방문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 가정형 호스피스제도, 2018년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2019년 중증소아 환자 재택 의료 및 의사 방문 진료 시범사업, 2020년은 분만취약지 임신부와 요양병원 퇴원환자 재택관리 등 대상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의사·간호사·영양사·운동지도사 등 건강 돌봄 팀을 구성해 만성질환 관리, 재활상담, 식사 지도뿐 아니라 영양보충 식품도 지원하는 방문형 '서울 케어 건강 돌봄서비스' 시범사업을 2년째 시행 중이다.

또 반가운 소식은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요양병원, 장기요양(요양시설·재가), 지역사회 노인 돌봄서비스를 통합해 대상자를 결정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시범적용을 시작했다. 가족의 요양으로 병원과 시설, 자택 사이에서 고민하던 일이 줄어들게 됐다. 현재는 대상 지역이 9개에 불과하지만 향후 전국으로 확대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위기는 전·후로 역사를 구분해야 할 만큼 큰 사건이다. 이후 '재택', '환자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 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재택 의료에 전문 인력 확충은 물론 편리한 이용절차와 관리체계 마련, 적정 수가보상 등 제도안착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병원 진료실을 들어서면 환자가 보이지만 환자 공간에 들어가면 한 사람의 삶이 보인다. 아픔을 공감할 수 있어 치유의 힘은 더욱 커진다. 돌봄으로 지친 가족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춘천 소양강 일대 수몰 지구의 30개 마을 주민들은 오늘도 방문 진료팀을 반갑게 맞이한다. 의사, 간호사, 마을활동가 3인으로 구성된 방문 진료팀은 어르신 집을 방문할 때마다 멈춘 시계에 밥을 주고, 빈 잔에 물을 채우며 따뜻한 치유를 실천한다.

환자를 생각하는 발걸음, 그 길목에서 의료진은 재택 의료로 답을 하고 있다.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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