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엘리트 선수마냥 신명나게 뛰었던 넷볼부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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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엘리트 선수마냥 신명나게 뛰었던 넷볼부 여학생들

박종용 둔산초 교장

  • 승인 2022-01-20 10:31
  • 신문게재 2022-01-21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220120 (중도일보) 박종용 사진-1
방학 중에도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100명 남짓한 학생들이 매달 5000원의 회비로 축구를 배우고 있다. 개중에는 여학생이 30명 정도 된다. 작년 3월에 사단법인 대전축구스포츠클럽과 스포츠교육 지원 협약을 맺은 덕분이다.

특히 운동장에서 뛰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2016년부터 4년간 공모 교장으로 근무하며 만났던 대전화정초등학교 넷볼부 여학생들이 오버랩 된다. 당시에 화정초는 전교생이 380명 정도였고, 남자 축구부가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축구 선수들 곁에서 뛰놀았다.

여학생들에게 맘껏 에너지를 발산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럿에게 여쭈니 넷볼이란 종목을 추천했다. 넷볼은 농구를 모방해서 만든 종목이다. 상대팀과 몸싸움이 없고, 선수마다 움직이는 범위가 정해져 있어,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넷볼을 지도해 본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다행히 이듬해인 2017년에 농구선수 출신이 스포츠강사로 채용됐다. 조원석 강사님은 처음 접한 넷볼을 배워가며 가르치셨다. 하루가 다르게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졌고, 그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넷볼부를 맡으신 손완진 선생님은 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보살폈다. 학생들은 공을 잡은 지 4개월만에 동부교육장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하여 떡하니 우승했다. 예상외였다. 대전광역시교육감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이 되면서, 과실나무의 열매가 한 해씩 걸러서 많이 열리듯이,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던 선배들이 졸업했기에, 해거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수확이 더 풍성했다. 학부모님들은 열일 제치고 응원하러 오셨다.

학생들은 교육장 및 교육감배 우승은 물론이고 처음 참가한 '2018년 클럽대항 청소년 생활체육 넷볼대회'마저도 우승했다. 초등부가 없어 '중등2부'로 출전해 중학생 언니들과 겨뤘기에 더 대단했다. 전국대회에서도 당당하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영진 선생님의 뒷바라지도 큰 힘이 됐다.

넷볼부를 조직한 지 3년째 되던 2019년에,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강사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 지도자의 부재로 존폐의 갈림길에서 새로 넷볼부를 담당한 권기정 선생님께서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말씀하셨다. 강사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지도해 주시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아침·점심·방과후 시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엘리트 선수처럼 연습했다. 오죽하면 담당교사가 그만하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학생들은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비롯하여 그 해에 참가한 6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 쥐었다.

그러나 김예율을 비롯한 6학년의 박서연·박지은·서정아·석현정·성혜민·송예나·안영진·유수민·이승주, 그리고 5학년이었던 김서현·박지혜·박하랑·박현비까지, 내가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때 학생들을 못 잊는 이유가 있다.

2019년에 열린 클럽대항 청소년생활체육 넷볼대회 때였다. 예선전에서 전년도 전국대회 우승팀을 만나 분패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패배를 모르고 승승장구했기에 실망도 컸다. 이튿날 준결승에서 그 팀을 다시 만났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다가 설욕했고, 그 기세로 결승에서 중학교팀마저 이겼다.

그날 저녁에 학생들에게 삼겹살을 구워주시던 학부모님께서 "아이들이 어제 경기에서 패배한 후 오늘 아침 7시에 모여 2시간 정도 연습했어요"라고 내게 귀띔해 주셨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준결승전을 앞두고 자기들끼리 학교 체육관에 모여 연습한 것이다.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할 일이 아니었다.
박종용 둔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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