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전기를 공짜로 생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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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전기를 공짜로 생산하는 방법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2-05-19 16:27
  • 신문게재 2022-05-2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어렸을 때는 2020년이 되면 하늘에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달에 사람이 정착하고 거대 로봇이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줄 줄 알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정작 2020년에 전 지구를 뒤집어 놓은 것은 전염병이었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했다. 그렇게 우리가 잠시 뒷전으로 미뤄 놓았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다.

방역을 위해 일회용품과 개인 차량 사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다. 당장 늘어나는 사망자 수치 앞에서 미래를 담보로 한 환경 문제는 사치로 보였다. 인류는 다급했지만 기후가 그런 사정을 봐줄 리 없었다. 그나마 위축된 경제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것이 더는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향해 돌진하는 위기 상황을 겨우 붙잡아 주는 감속 페달이 되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제 위기와 전쟁 위협으로 인해 환경 문제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감속 페달이 아니라 가속 페달이 밟힐 상황인데도 그렇다.



기후 위기가 시급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인류 문명에 필수적인 전기를 생산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연구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핵융합 발전 방식은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 구현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로 미래의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 훌륭한 대안이지만 상용화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에 항상 마음이 무겁다. 이미 상용화가 시작된 재생에너지도 전체 전력 사용량을 대체하기에 당장은 무리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전기를 덜 쓰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발전 방법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환경 오염은 피할 수 없다. 발전 과정은 물론이고 원료를 생산할 때, 발전 설비를 제작할 때, 전력을 변환하고 전송할 때, 심지어 사용하고 난 뒤의 막대한 열에너지가 자연에 되돌아갈 때도 환경이 영향을 받는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아예 전기를 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게다가 이 방법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다.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전 인류적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 위기를 멈춰 세울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열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쓰지 않는 콘센트를 뽑아 놓는 식으로 가정에서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아낄 수 있는 전기는 미미하다. 가정보다 산업체에서 소모하는 전력량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 소비량이 전체의 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체는 놔두고 가정용 전기 사용만 옥죄는 것이 비효율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산업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종용할 수는 없다. 산업체의 전력 사용량은 경제 성장과 직결된다. 팬데믹으로 가라앉은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꺼내기 힘든 카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다. 만일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공정이 개발된다면 이는 환경 보호와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멋진 해결책이 된다.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융합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발전 기술 연구도 꼭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어쩌면 더 궁극적인 대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가정용 전기 사용 역시 기술 개발이 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전기요금을 줄여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절약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오래된 냉장고를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신형으로 바꾸고 나서야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전기를 덜 쓴다는 것은 공짜로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큼 덜 쓰는 것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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