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임신중인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 필요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임신중인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 필요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2-10-23 09:28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박병수 소장
임신·출산을 이유로 차별행위를 당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여성 피해자의 사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진정인은 어느 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모집한 '2022년도 공정선거지원단'에 합격하여 2022년 1월 3일부터 출근하였다. 진정인은 외근직인 지역단속반으로 배정받았다. 당시 임신 중이던 진정인은 마침 내근직인 법규운영반에 배정되었다가 외근직을 희망하는 다른 단원과 서로 업무를 바꾸는 것을 추진해보기로 하고, 해당 기관 관계자에게 업무 전환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해당 기관 관계자가 면담 과정에서 진정인에게 출산일 등을 묻더니 임신 중이어서 공정선거지원단 업무를 할 수 없으니 사직서를 작성하라고 말하여 출근 첫날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하면서 이는 임신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해당 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진정인과 면담을 진행하던 중 진정인이 수행해야 하는 공정선거지원단 업무가 막중하여 임신 중인 진정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 6월 지방선거 임박 시점이 진정인의 출산 예정일과 겹쳐 근로계약 기간 충족이 어려운 점, 이미 지역단속반과 법규운영반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였기 때문에 업무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진정인에게 설명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진정인이 이러한 설명을 듣고 자의적으로 사직서에 서명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사안을 심의하면서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하였다. 먼저, 선거지원단의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등을 고려할 때 임신 중인 진정인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피진정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에는 임신 중이라 해서 공정선거지원단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이 고려되었다. 그리고 진정인이 2022년 6월 말 출산 예정이라 근로기간 충족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또한 피진정기관의 예단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설령 진정인이 출산으로 근로기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근로 공백은 임신 중인 진정인을 그만두게 함으로써 해결할 것이 아니라 대체인력 마련 등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하는 것이 모성보호의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한편, 인권위는 피진정기관이 면접 시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 등을 질문한 것은 결혼한 여성,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 공정선거지원단 업무수행이 곤란할 수 있다는 차별적 인식이 반영되었다고 보았다. 설령 공정선거지원단 업무 특성상 휴일 및 야간 근무가 불가피하고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면 업무환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거나 수행업무에 맞게 적절한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기관 관계자가 진정인이 근로를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진정인이 사직을 종용 또는 강요받는 것으로 느끼도록 한 것으로,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신 등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인권위는 해당 2022년 7월 해당 도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향후 임신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업무 관계자에 대한 필요한 인사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하였다. 아울러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및 차별 예방 교육을 시행하라고 권고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많이 증진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출산·임신 여성의 객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의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 있지 않은지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5.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1. 대전 신탄진농협-대전청과(주), 짜장면 무료나눔 행사
  2.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3. KDI "중동전쟁 영향 불구, 반도체 호황에 완만한 개선세"
  4.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5. AI·VR로 첼시 팬 경험 제안… 한남대팀 국제 프로젝트 우승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號 출항…`이장우 브랜드` 손질 나서나

허태정號 출항…'이장우 브랜드' 손질 나서나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9일 공식 출범하면서 이른바 '이장우 브랜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전 0시축제와 꿈씨패밀리는 단순한 축제나 캐릭터를 넘어 이장우 시정 4년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라는점에서 향후 존치 여부와 활용 방향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9일 출범한 인수위는 민선 9기 시정 운영 방향을 설계하는 동시에 민선 8기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한 점검 작업에 착수한다. 허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전임 시정의 정책 우선순위와 행정 기조를 비판하며 일부 사업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해 온 만..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