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독도일 수 없는 서해 격렬비열도…외로운 섬으로 남겨둘텐가

[WHY이슈현장]독도일 수 없는 서해 격렬비열도…외로운 섬으로 남겨둘텐가

서해안 끝단 무인섬 중국과 영해기점
북도를 제외한 동·서격렬비도 '사유지'
첫 기상 관측지·114년 등대 의미 남달라
"국가관리 조기완성으로 분쟁 조기차단을"

  • 승인 2023-04-05 17:37
  • 신문게재 2023-04-06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격렬비열도(연합뉴스)
대한민국민 최서단 무인섬 격렬비열도의 북격렬비도 너머 영해기점인 서격렬비도가 보인다.분쟁화를 차단하는 대비가 요구된다.
울릉도에서 주말 하루 3차례 출항하는 여객선에 승선해 1시간 30분이면 독도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해 28만 명이 독도에 입도하거나 주변에서 둘러봤는데 여기서 질문 하나. 서해의 독도라고 불리는 우리 격렬비열도를 가려면 어떠한 교통수단이 있을까? 정답은 현재까지 여객선 없고, 사전에 입도 신청을 하고 민간 선박을 빌려서야 북격렬비도에만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서해 가장 끝단에 있는 무인도이자 중국과 영해의 경계를 설정하는 중요 섬이지만, 북·동·서 격렬비도에서 동·서 2곳은 여전히 사유지로 남은 탓이다.

충남 서해의 외로운 섬 격렬비열도.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은 3월 29일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에서 시작했다. 대전지방기상청이 운영 중인 북격렬비도의 서해종합기상관측기지 장비를 점검차 한국환경공단에서 마련한 비정기 연락선에 양해를 구하고 동승했다. 물론 해양수산부 대산지방해양항만청에 사전에 입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낚시 동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8.55톤 민간 선박이 이날 공무상 출장하는 기상청과 환경공단 직원들을 북격렬비도까지 안내하는 비정기 연락선 역할을 수행했고, 장판처럼 파도가 잔잔할 때 출항 2시간 만에 북격렬비도에 도착했다.

동격렬비도_edited
격렬비열도 섬 중에 가장 크고 식생이 풍부한 동격렬비도. 사유지이면서 접안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근접할 수 없다.
▲서해의 독도 서격렬비도

격렬비열도는 12개의 섬이 삼각형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데 북도(북격렬비도·9만 3601㎡), 동도(동격렬비도·27만7686㎡), 서도(서격렬비도·12만8903㎡)의 3개의 섬을 주로 친다. 서격렬비도는 대한민국 가장 서쪽에 있는 무인 섬이자 독도와 같이 우리나라 영해(領海)를 정하는 23개 기점 가운데 하나다. 독도가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분쟁화로 치닫는 것처럼 중국과 영해의 경계가 되는 섬이라는 점에서 격렬비열도에서도 그러한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충남 태안반도 관장곶에서 서쪽으로 55㎞ 해상에 있으며, 중국 산둥반도와의 거리가 불과 268㎞밖에 안 된다. 충남 홍성의 충남도청에서 부산시청까지 직선거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잦은 곳으로 섬과 그 주변의 어장 관할권을 노린 2014년 중국 측 사업가가 서격열비도에 대한 매입 시도가 있었다. 주요 3개 섬 가운데 북격렬비도만 정부(해양수산부)가 소유하고 있고, 서격렬비도와 동격렬비도는 개인 소유의 사유지라서 외국인에게도 매매될 수 있다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영해기점 무인도서에 대한 토지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2014년 말 서격열비도와 경북 포항의 호미곶 등을 외국인토지거래허가구역 및 절대보전 무인도서로 지정하고 2016년에는 환경부가 환경보호 차원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해 급한 불은 껐다.



태안에서 향토사를 오래 연구한 최재학 (사)우운문양목선생 초대 이사장은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멀리 있고, 태안말로 뱃석(접안)이 안 좋아 어려워했다"라며 "옛 사람들이 유채를 심어 기름을 채취하곤했는데 지금의 유채꽃밭이 그때로부터 유래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준수 이제길
대전기상청 심준수 주무관(사진 왼쪽)과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이제길 주무관이 북격렬비열도에서 운용 중인 바람관측 장비와 등대 등명기를 점검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전초기지

기자가 도착한 북격렬비도는 해양수산부의 등대와 기상청의 서해종합기상관측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2005년 관측을 시작한 국내 첫 번째 해양기상관측기지다. 편서풍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서해상에서 이동하는 기상 변화로 인해 여름에는 악기상의 발생이 빈번하며, 겨울에는 북서쪽으로부터 대륙고기압이 접근하면서 서해안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서해상에서 발달해 육지로 접근하는 기상 현상의 변화를 북격렬비도의 관측기지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악기상이 접근하는 입구인 셈이다. 방사선을 이용해 대기 중의 에어로졸 농도를 측정하는 부유 분진 측정기를 비롯해 서해상에서 잦은 지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지진계, 전파를 대기 중으로 발사해 반사되는 전파신호를 수신 및 분석해 측정하는 연직 바람 관측장비와 인공위성에서 지상으로 수신되는 신호를 통해 대기 상태를 분석하는 지구위성 항법장치 등이 상시 관리자 없이 가동 중이다. 환경부의 초미세먼지 측정기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 내륙으로 다가오는 미세먼지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게 됐다. 전력이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태양광발전과 디젤발전기, 풍력발전기 등을 갖췄다.

대전기상청 관측과 심준수 주무관은 "서해를 거쳐 육지에 유입되는 구름의 양과 강수, 강설 그리고 악기상을 정확히 예보하려면, 육지에 상륙하기 전에 서해 해상에서 관측해야 한다"라며 "예측 선행 시간을 이전보다 2~3시간 앞당겼고 충청권의 예보 정확도가 향상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서단 지킴이 114년 등대

북격렬비도에 등대가 설치된 것은 1909년으로 1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로부터 험한 물살로 유명한 '관장목'을 항해하는 선박과 조업하는 어선의 안전을 위해서다. 북격렬비열도의 등대는 어로작업에서 각종 어선의 항로표지가 되는 곳으로, 1994년 무인화로 전환됐으나 2015년 7월 다시 등대원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등대원에 대한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으로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감시와 인근 해역을 오가는 배들에 불을 비추는 일이 임무다. 빛을 밝히는 등명기는 일몰시간에 자동으로 작동해 일출 시각에 소등되며, 불빛 도달거리는 4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밝다. 대형 등명기 외에도 음파표지를 통해 해무가 짙게 낀 날에는 25초 간격으로 5초간 특유의 경적을 내어 격렬비열도 해역 진입을 알린다. 2인 1개 조가 15일씩 섬에 상주하며 불시에 등대가 작동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준비가 중요해 긴장감 높아 보였다. 이곳 역시 외부에서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태양광과 발전기로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이제길 주무관(항로표지관리원)은 "등대 기능 유지에 필요한 장비와 그 이외의 음파, 전파표지들을 유지·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며 "서해의 끝단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견학이나 연구 등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영해기점 23개소
대한민국 영해기점 23곳을 표시한 지도. 서해 격렬비열도 서격렬비도는 최서단 무인섬으로 중국과 영해의 경계를 설정하고 있다.  (그래픽=해양수산부 제공)
▲국가연안항 소식 주시한 중국

격렬비열도 해역은 기상악화 시 어선 피항과 신속한 재난 구호에 필요한 요충지임에도 해양경찰이 출동하려면 3시간이 소요되는 취약한 상태다. 해상교통 안전과 불법어획 관리는 물론이고 해양영토 보전 등 자주권 수호를 위해 국가 주도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격렬비열도 해역에는 한·중 공동 관리 수역이 있는데,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자주 발생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격렬비열도의 북격렬비도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난해 지정하면서 2030년께 격렬비열도항이 개장될 예정이다. 국가관리 연안항은 현재까지 전국에 기존 11곳뿐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항만기본계획에 반영시키고, 접안시설, 호안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한국의 격렬비열도 국가관리 어항 지정 소식을 빠르게 전하며 '중국을 염탐하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취재를 바탕으로 '격렬비열도'를 발간한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백령도는 격렬비열도보다 더 멀리 있으나 주민과 관공서에 의해 관리되나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라며 "풍부한 어장이 있고 매입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우리가 지금부터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분쟁화를 막을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임병안·태안=김준환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여성경제인협 대전지회, 여성기업주간 맞이 디지털 역량 강화 '톡톡'
  2. 대전신세계, 무더위 피해 실내 공간 찾는 이들 위한 백캉스 쿠폰팩 선봬
  3. "서민 보양식은 옛말"...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6400원까지 고공행진
  4. [현장취재]고 오기선(요셉) 신부 35주기 및 돌아가신 모든 사제를 위한 추모미사
  5.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1. [인터뷰]김정수 오기선요셉장학회 회장… "‘고아들의 아버지’ 오기선 요셉신부를 기리며"
  2.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3. 대전교육청 "여름철 물놀이 조심하세요~" 안전 캠페인
  4. 을지대병원, 임금협상 잠정 합의…'진료 공백 없어'
  5. 과기연전 "PBS 폐지, 과기 생태계 정상화 첫걸음… 실질적 구조 개편 이어져야"

헤드라인 뉴스


[기획 시리즈-①]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기획 시리즈-①]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대전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본격적인 도시 성장을 시작했고, 이후 호남선 분기점으로서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현재 한국 철도망은 고속철도의 등장과 함께 수도권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서울역·수서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대부분 경부고속선 또는 호남고속선을 따른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충청권광역철도와 충청급행철도(CTX) 등 신속한 광역교통망 구축과 더불어 국가철도의 지역 연결성 강화로 재설정해 대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 발굴과 5차 국가철도망 계획 수..

한미 상호관세 15% 타결에 충청권 반도체·자동차부품 수출 탄력받나
한미 상호관세 15% 타결에 충청권 반도체·자동차부품 수출 탄력받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충청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수출이 힘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충남은 17개 시·도 중 2위의 수출실적을 자랑하고 있어 이번 상호관세로 전반적인 탄력이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7월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8월 1일부터 25..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계룡건설산업(주)가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전지역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는 7월 31일 전국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시공능력평가' 결과 계룡건설산업이 전년 대비 2633억 원(9.7%) 증가한 2조9753억 원으로 5년 연속 2조 원을 돌파했다. 전국 순위도 두 계단 오른 15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주)금성백조주택이 3884억 원으로 2위(전국 75위), 파인건설(주)는 2247억 원으로 3위(전국 114위), 크로스건설(주)는 1112억 원으로 4위(전국 217위),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 ‘송치완 학생’ 대통령상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 ‘송치완 학생’ 대통령상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