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세계적 축제를 지향한다면 성공 전략은 기본에 충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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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세계적 축제를 지향한다면 성공 전략은 기본에 충실함이다!

신천식 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 승인 2023-05-14 08:5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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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이사장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하위징아(J.Huizinga)는 놀이연구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석학이다. 그는 놀이가 인간 삶에 끼치는 의미를 읽어내는 통찰을 통해 놀이의 가치와 효용성을 제시한 거의 최초의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하위징아는 놀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기 목적적이며 아무런 성과를 의도하지 않는 무목적성 성향을 본질적으로 내포한다고 설파한다. 놀이의 반대편에는 일이 존재하며 일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업이며 필수적 강제사항으로 종종 괴로운 노동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놀이는 본질적으로 즐겁다. 놀이 자체에서 인간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유로움 속에서 인간은 즐거워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놀이는 고정불변의 규범 체계인 일상을 때로는 무시하며 일탈과 전복을 당연시한다. 놀이의 세계는 현실과 일상을 뛰어넘는 초현실의 세상이며 모든 상상이 즐거움으로 승화한다. 인간은 놀이본능으로 충만한 생명체 집단으로 종족 집단의 특성상 놀이하는 인간으로도 불린다.

한국인은 한반도와 인접 지역을 아우르는 공간적 범주를 삶의 터전으로 공유하면서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여름과 겨울의 극심한 온도변화의 불리함, 평균 1200㎜의 강우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기상학적 악조건, 중국과 일본과 몽골 등 주변국이 도발하는 반복적 침략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지정학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세계사적으로 희귀한 5000년의 단일 민족 문명사를 이어 내려왔다.

한국인이 공간과 환경,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한 원동력은 본능적인 놀이 유전자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고려의 연등회와 팔관회 등 자연 종교적 수준을 능가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축제를 즐기며 문화적 동질체를 이루어 운명공동체로서 민족의 통합과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계승해왔다. 다만 조선시대에 들어 주지주의적인 성리학의 이념과 가르침이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자리 잡게 되면서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축제 기간 중 일시적으로 해체해 삶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축제다운 축제를 공식적으로는 기피하게 됐다.



민간영역에서도 종합예술의 결정판으로서 구성원들의 통합과 동질감을 강화하는 마을 굿이나 동제와 산신제 등 전통 민속의식이 미신으로 격하돼 무시되고 배척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근현대에 들어서도 일제 강점기와 6.25를 지나 최근의 압축 성장기를 맞아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인구 밀집형 도시육성이 국정 추진의 제일 목표 중 하나가 되면서 당연히 따르는 농촌 공동체의 공동화와 해체는 한국인의 고유한 특성인 흥과 끼로 대표되는 놀이와 놀이문화의 단절과 실종사태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인의 유전자에 숨겨진 놀이본능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응원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발현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K 한류의 세계적 열풍과 함께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열풍이 남녀노소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것 또한 한국인들이 보유한 놀이 본능 유전자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전국적인 축제 열풍이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한반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축제의 성공 개최를 위한 주최 측과 관계자들의 다양한 차별화 시도와 특성 부각 노력, 지역 경제 활성화 모색, 주민 통합 등의 기존목표를 넘어 이제는 세계를 향한 세계적 축제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지자체까지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 또한 시대적 대세임에는 틀림없지만 축제의 세계화는 구호만으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를 지향하며 세계인이 공감하는 지역 관련 주요 콘텐츠의 발굴과 활용, 소수 전문가 주도로 소외되는 축제과정의 주민 참여와 공감대 형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축제는 본래 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스스로 찾아들고 모여서 이뤄진다.

놀이의 기본은 즐거움이고 즐거움은 자유로움과 일탈에서 비롯된다. 축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실현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고 그토록 지엄한 현실적 권위와 질서가 해체되는 순간적이며 짜릿한 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축제의 목적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다수 참여의 축제 성공 전략 방안 모색을 강력히 기대해본다.

/신천식 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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