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독일 킴가우어 지역화폐 이용해보니…외국인임에도 '소속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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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독일 킴가우어 지역화폐 이용해보니…외국인임에도 '소속감' 느껴

기부 프로젝트 정하고 가맹점 찾으며 지역사회 관심↑
이용자와 소상공인, 번거로움과 손해 감수하면서 동참

  • 승인 2023-08-02 16:50
  • 수정 2023-08-07 17:16
  • 신문게재 2023-08-03 10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기획-지역화폐로 만드는 행복한 마을]

④ 독일 킴가우어 지역화폐 현지서 이용해보니



매년 발표되는 기준금리에 경제가 들썩인다. 금융소비자들은 이자를 많이 주는 적금을, 이자를 적게 내는 대출을 알아본다. 지역경제 또한 중앙은행시스템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지역 소비자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일정 부분의 수수료는 카드사가 있는 중앙에 납부된다. 현재 금융시스템에서 지역은 자연적으로 중앙에 종속되는 구조다.

지역 화폐는 이러한 중앙집권적 금융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화폐는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아닌 지역민이 주도해서 만든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지역 공동체에서 나눈 '신용'을 바탕으로 발급된다. 0% 이자 혹은 기부를 위한 마이너스 이자로 발급된다. 그런데도 꾸준히 이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지역화폐로 생계를 유지할 순 없지만, 나누고 도울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화폐를 매개로 지역민들을 이어주는 지역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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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운슈타인에서 지역화폐 가맹점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잭키 바이나씨. 사진=이유나기자.
킴가우어 지역화폐는 글로벌화와 지역화의 중간 점 역할을 한다. 외국인이 거의 없는 독일 소도시 트라운슈타인에서 한국인인 기자가 킴가우어 지역화폐를 이용해보니,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 킴가우어 지역화폐 운영 노하우를 전수 받으러 방문하는 일도 잦다.

킴가우어 지역화폐는 주민 간 연결 통로를 만들어 준다. 할인이나 이자와 같은 금전적 수익도 없고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지역화폐를 주고받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은 소비 과정에서 '지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데 동참한다'는 신호를 주고받는다.

지역화폐를 이용하기 전 회원가입을 할 때 기부할 지역 단체를 정한다. 또, 지역화폐를 받는 가맹점 목록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킴가우어 지역화폐 기부 프로젝트에는 고아들을 위한 원조, 음악 밴드, 장편영화 프로젝트, 환경보호단체,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긴급 전화 등이 있다. 가맹점으론 호텔, 약국, 식당, 서점, 인테리어 업체, 신발 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킴가우어 지역화폐 가맹점 식당을 점심시간에 방문하니, 가게 주인은 바쁜 와중에도 지역화폐를 흔쾌히 받아 잔돈은 유로화로 거슬러 주었다. 기자가 방문한 식당에선 킴가우어 지역화폐에 대해 인터뷰했던 운영진을 우연히 만나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킴가우어 지역화폐 소비자는 4000여 명으로 트라운슈타인 주민이 15만 명임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인원이다.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적어 소비자들끼리 자주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생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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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가우어 지역화폐 회원가입서와 카드 발급서 양식. 사진=이유나기자.
트라운슈타인에서 음식점을 하는 잭키 바이나씨는 킴가우어 지역화폐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고기나 치즈, 해산물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채식인 비건 음식만 판매한다.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손님은 하루에 한 명꼴로 적은 편이지만, 손님에게 받은 지역화폐를 또 다른 상점에서 사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잭키 바이나씨는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손님은 평균 하루에 한두 명 정도"라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받은 지역화폐는 거의 환전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소비한다"며 "비건 식당을 하는 이유는 환경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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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금 조달 프로젝트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사진=이유나기자.
소도시 지역화폐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에겐 생소한 경험이다. 독일 뮌헨에서 살다가 트라운슈타인에서 지역화폐를 처음 이용해본 A씨는 "소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 사회 분위기를 알아가는 경험이 됐다"며 "지역화폐를 직접 보고 쓰면서 작은 도시에서 소속감을 느끼게 됐다"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킴가우어 지역화폐가 유통 지역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역화폐 유통 범위를 확대하면 사람 대 사람 간의 소통하는 느낌이 줄어들고, 지역 화폐의 정체성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킴가우어 지역화폐 단체는 투표를 통해 유통 범위를 트라운슈타인과 로젠하임, 베르흐테스가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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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가우어를 이용할 수 있는 상점 리스트. 환전소와 은행계좌, 은행 이체 및 직불, 카드를 이용한 지불이 가능한 곳이 기호로 표시됐다. 사진=이유나기자.
킴가우어 지역화폐는 대부분 주민의 자발적인 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거의 없다. 킴가우어 지역화폐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자와 직원을 합해 총 11명이다. 지역화폐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많아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20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다. 지역화폐란 매개체로 주민들이 소통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크리스토프 레바니에 킴가우어 대표도 킴가우어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 환전 과정에 수수료를 받고 기부금도 들어오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그런데도 킴가우어 지역화폐가 20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지역화폐 뜻에 공감하는 자원봉사자가 많고 서로 도우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킴가우어 지역화폐는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다른 지역 간의 연대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어 크리스토프 레바니에 대표는 "킴가우어 지역화폐 카드 결제 시스템 노하우와 기술을 다른 지역 화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도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지역화폐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트라운슈타인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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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주 트라운슈타인 전경. 사진=이유나기자.
독일
독일 바이에른주 트라운슈타인 전경. 사진=이유나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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