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감사할 행복이 내 것이 되었어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감사할 행복이 내 것이 되었어라!

솔향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4-05-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카톡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열어보니 1980년대 초 충남고등학교 3학년 때, 내 반이었던 오용진 보성한의원 원장이었다. 제자는 내가 전립선 암 환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병을 고쳐 주려고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제자를 찾아가 진료를 받고, 침도 맞았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스승의 병을 고쳐 주려는, 부처님의 자비가 눈빛으로 묻어나고 있었다. 가슴 따뜻한 제자의 사랑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행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진료받고 나오다가 병원 입구에 품질 좋은 과일만 판다고 소문나 있는 과일상 아저씨한테로 가서 사과 30 개를 샀다. 집에 와서 먹어 보니 풍문대로 예사 맛이 아니었다. 정말 맛있는 사과였다. 아삭거리고 맛도 좋은 것이 시중에서는 사먹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순간 여러 번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안상호 제자가 떠올랐다. 78년도 대전여고 제자의 온혈가슴이 날 여러 번 울린 적이 있어서였다. 철따라 나오는 과일로, 간식거리로, 화장품으로, 따뜻한 가슴을 느끼게 하여 날 여러 번 울컥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받기만 한 사랑에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 24개를 제 박스도 아닌, 토마토 상자에 담아 택배 꾸러미로 만들었다. 우체국 가서 택배로 보낼 속셈으로 문을 열었다.

아,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복숭아 택배상자가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안상호 제자였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하는 시각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낯익은 김종복 여사님이셨다. 오늘도 비닐봉지에다 터질 듯이 사랑과 정성을 많이도 담아오셨다. 애호박나물이며 가지 무침, 백도 황도를 통조림용으로 만든 것에 효소로 담근 효소가지김치, 솥단지만한 냄비에 보양식으로 만든 삼계탕이 또 날 울컥하게 하고 있었다. 여사님의 가슴은 식지도 않는 용광로 부품인지 그 따뜻함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여사님은 내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 라인 사시는데, 훈훈한 정으로 칭송이 자자한 분이셨다.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적, 희생적, 활동으로 늘 분주하게 뛰시는 분이셨다. 수화를 잘 하시어 벌이가 있을 때는 장애인을 위한 기금으로 써 달라고 기꺼이 투척하시는 분이셨다.

우리 집 문고리에 매달아 놓은 비닐봉지 사랑만 해도 여러 번이었다. 쑥떡, 찐 만두, 열무김치, 나물 무침, 배추겉절이를 비롯한 삼계탕, 별미 음식들을 문고리에 숱하게도 걸어 놓아 날 울린 회수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시각이었다. 전화가 왔다. 김정숙 수필가였다. 투병생활 중에 있는 내가 걱정이 됐던지, 전립선암에 좋다는 토마토며 브로콜리를 사다가 문 앞에다가 놓고 간다는 전화였다. 창궐하는 코로나로 못 만나고 그냥 물건만 놓고 가는 중이라 했다.

나는 지금까지 안상호 제자, 김종복 여사님, 김정숙 수필가님한테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 천사 같은 세 분들은 내가 다 못한 사랑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것도 날짜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샐리의 법칙'으로 가슴 뭉클하게 하는 것이었다.

살다 보면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도 있고, 좋은 일이 연속 생기는 '셸리의 법칙'도 있다.

나한테는 무슨 축복인지 '셸리의 법칙'으로 맥질하는 느낌이었다. 이러했기에 '암 환자였지만 나는 행복했어라!'

내 주변에는 날 위해 기도하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격려로, 응원으로, 걱정하는 마음으로, 안부를 물어오고, 전화를 걸어주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친구들, 동창들, 제자들, 지인들이 숱하게 있어, 지족상락(知足常樂)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어라!

기적을 주심에 감사하며 살았더니 감사할 행복이 내 것이 되았어라!

솔향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남상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2. 대전시, 산업단지 조성 전략 수정할까
  3. [주말사건사고] 폭염 여파 정전에 대전·충남 곳곳서 화재 발생
  4. 대전에 없는 '대전지방중수청'… 출범 전부터 청사 논란
  5. 충남대·공주대 통합 첫단추…14일 단일안 윤곽 나오나
  1. 경기 광주시, 470만 명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JTX ‘조기 추진’ 촉구
  2. 李정부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발표 코앞…충청권 들러리 되나
  3.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4.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충청권 35도 안팎 무더위 이어져
  5. 표류하는 제2중경 유치전… 박수현호 정치력 시험대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계 정책이 중대 변곡점에 섰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민선 8기에서 추진해 온 문화예술 시설사업 대부분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시설사업 중심이던 민선 8기 문화예술 공약이 대대적인 손질을 앞둔 가운데 새 시정의 무게중심은 하드웨어 정책에서 시민 문화 향유와 지역 예술인 지원 등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문화예술 분야 주요 시설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시정이 출범하자마자 시 재정 부담이 최대 현안으로 떠..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대전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넘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하락 속도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부의 유류가격 인하 조치로 가격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해 추가 하락 기대감은 다소 약해지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57.7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평균 1999원 안팎과 비교하면 140원 이상 낮아졌다. 다만 최근에는 하락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가격 조정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와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2027년 예산안이야말로 편성 단계부터 오롯이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그려내는 예산"이라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담대한 꿈을 뒷받침하는 그런 방안들을 내년도 예산안에 잘 챙겨 담아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운영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우선 대규모의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