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대마도의 은은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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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대마도의 은은한 불빛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4-07-01 10:01
  • 신문게재 2024-07-02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풍경소리 김태열 수필가
김태열 수필가
대전문인협회에서 역사와 문학의 향기를 찾아 해외 문학기행에 나섰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50km쯤 떨어져 있고 날이 좋을 때는 희미하게 보인다. 제주도 면적의 약 38%에 달하지만, 농지가 부족해 빌붙거나 노략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 현재 인구는 2만8천 명 남짓으로 청정 자연에 깃대 관광업과 어업으로 살아간다. 관광객의 97%가 한국인이다.

대마도(對馬島)의 이름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삼한의 하나인 마한(馬韓)과 마주하는 섬이라는 설도 있듯이 고대부터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떠내려간 쓰레기들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해안가에 쌓이기도 한다.



대한해협의 거친 물살을 헤치고 조선과 일본을 오간 통신사는 세종 때부터 순조까지 18차례 있었다. 임진왜란 후 이백 년간 12차례 왕래한 조선통신사는 인원이 삼사백 명으로 K-컬쳐의 원조 격이었다. 1811년에 '막부'가 대마도에 와서 사절단을 맞이하고는 그 막을 내렸다. 대마도는 조선통신사의 안내자이자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그 흔적이 곳곳에 있고 지금도 8월에는 '아리랑 마츠리'가 열린다,

우리와 관련된 역사의 흔적을 더듬었다. 덕혜옹주와 대마도주와의 결혼 봉축비, 조선통신사가 탄 배의 침몰로 숨진 사절단 112명을 추모하는 순난비, 백제 멸망 시 왜로 넘어간 유민 중 법묘라는 비구니 승려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수선사, 묘하게도 그곳에서 최익현 선생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순국비가 있다. 선조 때 통신사인 황순길과 김성일의 비석은 그 당시 입장처럼 떨어져 있다.



문학 자취로는 춘향전을 최초로 일어로 번역하여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나카라이 토스이가 있다. 그의 생가는 사절단이 묵기도 했으나 지금은 문학관으로 개조되어 문인들이 활용하고 있다. 그의 제자로 오천 원엔 화폐의 인물이자 최초 근대 여성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는 구운몽을 필사하였다고 한다. 그 외 최초의 조선어 입문서인 '교린수지'와 외교서인 '교린제성'을 지어 에도시대 일본과 조선 간의 평화를 구축하는데 공헌한 아메노모리 호슈의 묘가 있다.

오늘날 대마도는 청년들이 본토로 떠나 고령자 비율이 아주 높다. 차는 대개 경차이고 도심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한국인 관광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해도 혐한 분위기가 있다. 와타즈미 신사는 한국 유람객들이 멋대로 버린 쓰레기며 고성방가로 아예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다. 조선통신사는 문화의 전파자로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는데 씁쓸했다.

대마도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시골길을 가다 보면 곳곳에서 생활·재활용·불법 쓰레기가 쌓여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일은 공동체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 문제의 해결이다. 무엇보다 자기가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출발점이리라. 내가 머물고 떠난 자리가 깨끗함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연민의 발현이다.

도시의 속살은 골목길이다. 그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골목길에는 주차 차량이 없어 반듯한 돌담 사이로 걷는 낭만이 있었다. 차고등록제를 시행해 차량은 집터가 아니면 공용주차장에서 주차해야 한다. 물론 동네마다 공용주차장이 잘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건물마다 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고 공용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골목길마다 거주자 지정 주차지를 운영하고 있다. 길을 걷는 낭만은커녕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화장실 입구에 눈길 끄는 특이한 기호가 보였다. 인공항문을 단 이들이 분변을 처리할 수 있다는 표시다. 아주 소수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 수준의 저력이 돋보였다.

일본의 변방인 대마도는 눈길 끄는 볼거리나 도파민중독을 일으킬 북적거림은 없었다. 양보다는 질로 덜 소비하고 겉치레보다는 실질을 숭상하며, 적어도 남한테 폐를 끼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는 공동체 윤리가 있었다. 관심경제에 푹 빠진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은은히 비추는 듯했다. /김태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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