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글로컬 대학 30, 새로운 버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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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글로컬 대학 30, 새로운 버전을 생각하며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4-07-07 16:27
  • 신문게재 2024-07-08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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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권 교수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많은 지방대학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마다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양질의 교육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에 비해 교육 여건이 더 열악하다. 지난해 입시에서 정원 미달인 대학이 30%를 넘었는데, 대부분이 지방에 소재한 사립대학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해가 갈수록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컬(Glocal) 대학 3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2026년까지 지방대학 3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해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0개교,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5개교를 선정할 예정인데, 최종 선정된 30개 대학은 대학별로 5년간 매년 200억 원씩, 총 1,00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방대학들은 대부분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방대학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예비지정 대학 20곳 선정되어 본 심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그나마 예비지정에도 들지 못한 대학들은 더 절망적이다. 특히 전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는 지방 사립대학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그런데,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 과연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이 사업의 전제인 지방대학의 문제에 대한 진단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지방대학의 문제를 국가 전체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특정한 지역의 문제, 대학의 문제로만 국한하여 진단하고 있다. 진단이 부실한데 올바른 대책이 나올 리 없다.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출발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것은 첫째, 인적 자원이 집중되는 수도권 대학의 구조 조정이나 정원 감축과 연계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나타난 소위 인(in) 서울 혹은 인(in) 수도권 현상으로 인해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떠안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 가운데 정원 미달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거의 없지만, 적지 않은 지방대학들은 우수 학생의 유치는커녕 정원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지역 불균형, 저출산 고령화, 기후 변화 등 국가 전체가 처한 문제들과의 연동성이 부족하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일은 일부 대학에 국가 재정을 일시적, 시혜적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는 삶이 가능해야만 지방이, 지방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 저출산이나 기후 변화 문제도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셋째, 최종적으로 지정되는 대학의 수가 지방대학 전체의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 비수도권에 있는 대학이 150개가 넘는데, 그 가운데 30곳, 연합이나 통합 형태를 지원한 대학들을 모두 포함해도 전체 숫자의 절반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대학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더 과감하고 폭넓은 재정 지원을 통해 문을 닫는 지방대학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 넣어주던 대학이 사라지면 지방 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글로벌'은 물론 '로컬'을 위한 것이라고도 보기도 어렵다. 이 사업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또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의 정치, 문화, 경제적 경쟁력이 급속이 떨어지고 있어서 '로컬'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따라서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 근본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버전이 필요하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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