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욕망이 좀 먹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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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욕망이 좀 먹는 사회

송기한 대전대 교수

  • 승인 2024-07-08 15:48
  • 신문게재 2024-07-09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교수
인간이 신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욕망의 유무일 것이다.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쫒겨날 때에도 욕망 때문이었다. 신과 같이 밝은 눈을 가지려는 욕망, 사과라는 과일을 먹고자 하는 소비 충동이 현재의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인간이란 욕망하는 존재라는 것, 그것이 성경이 준 진리이자 교훈이었다.

인간이 욕망에 물든 존재이긴 해도 르네상스 이전까지는 에덴적 비욕망의 상태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의 은혜와 조종 앞에 인간은 종속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준 계기가 있었는데, 16세기 전후에 밀어닥친 르네상스 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핵심이 인문주의이거니와 이를 계기로 신 중심의 세계관은 무너지게 되었다. 인간 위주의 사고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더 확인시켜준 것은 산업혁명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은 인간의 사유 체계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신의 죽음을 말한 니체라든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한 데까르트의 코기토는 인간 중심의 사회가 도래했음을 일러주는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인간이 욕망하는 존재, 욕심이 가득한 존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욕망의 노예가 됨으로써 인간은 그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것들의 부정적 국면들에 대해서도 감수해야만하는 현실을 맞이했다. 욕망의 전능에 따른 인간 환경의 파괴 현상 등을 목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것이 필연의 법칙이다. 욕망이 승할수록 이를 제어하거나 그 대안이 제시되는 경향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비욕망의 세계를 강조한다든지 보편이 갖고 있는 가치의 중요성이나 도덕적 우월성을 새삼 강조하는 시대의 등장 등이 그러하다.

이런 감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사회주의의 등장이었다. 개인의 욕망을 가급적 억누르고 보편의 욕망을 선양시키고자 한 것이 이 체제의 취지였다. 이런 장점이 있었기에 이 제도는 한때 전세계의 2/3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곧바로 한계를 드러냈고, 궁극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이런 운명의 결과는 그것이 갖고 있는 이상의 잘못에서 빚어진 것도 아니고, 제도 운용의 미숙에서 온 것도 아니다. 인간의 심층에 자리한 욕망의 혀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 때문이다.

인간 속에 내재한 욕망이라는 기관차는 사회주의와 같은 거대한 담론에서만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에서도 욕망의 병리적인 모습을 읽어낼 수 있는 까닭이다. 가령,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보수고, 누구는 진보라고 말이다.

흔히 보수는 보수끼리, 진보는 진보끼리 공동의 장이나 가치관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실제의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경우의 수가 있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둘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수나 진보의 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집단의 가치를 거부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왜 이런 일탈들이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욕망이라는 기관차가 신체의 내부에서 혀를 낼름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이익이나 욕망에 따라 스스로의 입장을 카멜레온처럼 바꾸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보나 보수란 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을 알 수 있거니와 오직 인간의 욕망만이 득실거리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이다. 보편 다수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익이 절대적으로 우선시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욕망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인간을 타락시켰으며,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에덴 동산으로 가는 길과 건강한 사회의 존재 여부는 개인의 욕망, 곧 욕심을 어떻게 다스려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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