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이 요술을 부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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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이 요술을 부리려면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4-08-11 17:00
  • 신문게재 2024-08-12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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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대표
군으로 승격한 지 20년밖에 안 된 신생 지자체 증평군, 37,000여 명 남짓 사는 충청북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울릉군을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군이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증평군은 '과연 증평을 고향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한다. 난제를 각각 대응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주어진 난제를 통합적으로 대응할 만한 전략이 절실했다.

어차피 지역명, 답례품으로 증평군은 타 지역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증평군과 서울특별시, 증평군과 제주도와의 경쟁은 불가능했다. 증평군은 모두의 상식을 뒤로 하고, 충청북도 11개 시군, 그중에서도 거리가 가까운 지자체로부터 기부받기로 결심한다.

증평군은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기부확인증 발급'을 한다. 이들이 웬만한 도시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증평읍에 밀집한 도서관, 체육시설, 휴양림 등을 이용할 때 군민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 받게 설계했다. 음식점, 숙박시설 역시 할인을 했으며, 군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초청했다. 군사도시 증평군이어서 가능한 전략이었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제도 시행 100일, 증평군 고향사랑기부금은 충청북도 11개 시군 중 가장 빨리 1억 원을 돌파한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성과였다. 당시 모금액 중 66%는 증평군 인근 충청북도민들이 기부했다. 타 지자체들이 낼 수 없는 특수한 성과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월 1회, 3시간 이상 증평군에 머무르는 행정안전부에서 정의한 생활인구로 고스란히 편입되게 됐다.



증평군은 본인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직시했다. 직시 이후, 보통의 행정은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하기 일쑤였지만, 그 안에서 여러 난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증평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생활인구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지방소멸의 대안을 모색할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일본 히가시카와정은 인구 8천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 우리나라에는 사진 찍는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히가시카와정에 관계인구가 증가하고 이주자가 증가하게 된 것은 고향사랑기부자에게 '히가시카와주주' 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히가시카와정에 고향납세하면 기부자를 히가시카와의 미래에 투자한 주주로 인정한다는 취지이다. 기부자에게는 주주카드를 주고, 히가시카와 특별주민 자격을 준다. 그러면 히가시카와의 각종 문화시설, 식당,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히가시카와는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품을 주기보단 가급적 지역의 숙박시설을 제공했다. 1만 엔을 기부하면 공영 숙박시설을 2박 3일 이용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이상 살아보는 체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히가시카와정은 일본에서 생활인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늘리면서도 고향납세로 재정자립도가 비약적으로 좋아진 지자체로 손꼽힌다.

지난 7월 31일, 행정안전부가 민간 플랫폼을 통해 고향사랑기부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부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증대되고, 열악한 지자체가 괄목할 만한 모금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기본적으로 243개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을 얻어야 할지 정의해야 한다. 기본적인 전략조차 고민되지 않은 지자체는 얼른 봐도 태반 이상이다. 답례품은 시장의 상황, 기부자의 편의 등은 고려되지 않은 채 등록만 겨우 해 놓은 것이 역시 얼른 봐도 태반 이상이다. 민간 플랫폼이 도입되면 우리 지자체도 모금이 많이 될 거란 기대는 우리 지자체 특산품이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에 입점하면 잘 팔릴 거란 헛된 기대와 같다.

목수가 연장 탓하지 않듯이 기본적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했던 고향사랑e음에서 모금을 잘했던 곳들이 역시 모금을 잘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광주 동구, 전남 영암, 강원 양구처럼 민간 플랫폼을 시도해 봤거나, 증평군이나 히가시카와정처럼 본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설계를 했던 지자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이 요술을 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연장 탓할 시간은 끝났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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