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빼기가 어려우니 새로 더하지는 말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빼기가 어려우니 새로 더하지는 말자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5-03-31 17:10
  • 신문게재 2025-04-0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양성광 원장
양성광 원장
새로 이사한 집이 전엔 살던 집보다 겨우 5평 작은데도, 이삿짐이 자리를 못 잡아서 이리저리 꿰맞추느라 며칠을 보냈다. 도무지 답이 없었는데, 안 입던 옷가지들과 부피 큰 물건 몇 개를 버리고 나서야 해결됐다. 진즉 버릴걸, 혹시 몰라 끌고 다니던 물건들을 버리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런데, 여전히 30여 평 아파트를 꽉 채운 이 많은 물건을 어찌할까나. 정리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거나 한번 쓰고 처박아 둔, 언젠간 필요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꽤 많다. 낡은 사진첩, 가족사진과 그림 액자, 하나하나 사 모은 카세트테이프와 CD들, 여행지에서 산 그림엽서와 마그넷 같은 물건들은 추억이 담겨 있어서 차마 못 버리겠다. 그렇다고 마냥 끌고 다닐 수도 없는데….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책장과 책들도 이제는 장식장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가끔 대형서점에 책 구경 가서는 충동적으로 신간 서적을 구입하고 있으니 그래서 짐이 좀처럼 줄지 않나 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붙는 나잇살도 당최 줄지 않는다. 먹는 것에서 에너지로 소비하고 남으면 살로 비축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가 떨어지니 먹는 양을 계속 줄여야 그나마 체중이 유지된다.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짐을 줄이려면 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내보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분리 배출하는 플라스틱, 비닐, 종이, 고철과 구청에 신고·배출하는 덩치 큰 가전제품, 유리, 도자기 등은 조금만 늦어도 바로 쌓인다. 게다가 어떤 건 용을 써도 분리가 안 되게 붙어 있다. 플라스틱도, 고철도 아니니 할 수 없이 종량제봉투에 넣는데 왠지 나쁜 짓하는 것 같아 기분이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정성껏 분리 배출하는 플라스틱과 의류 등은 우리의 기대처럼 잘 재활용되고 있을까? 정부는 플라스틱의 국내 재활용률이 73%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그린피스는 수출을 제외한 국내 처분은 27%에 불과하다고 추정한다. 코로나19로 수출이 막혔을 때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얼마 전 시청한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수출된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수입국에서 불법 투기되거나 소각 처리돼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고 고발한다. 재활용인 줄 알았는데, 그저 가난한 이웃 국가에 버리고 있던 것이었다.

의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와 테무 등이 싼 가격과 다양한 상품으로 의류 과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요즘 MZ들은 한번 입고 인생샷을 찍으면 그 옷을 다시 못 입겠다고 버린단다. 알고리즘과 쇼핑몰 추천 기능이 자꾸 신상을 사라고 꼬드기니 유행은 일주일 단위로 바뀐다. 과소비한 옷이 꺼림칙하나 이를 달래주는 것이 의류수거함이다. 거의 새 옷 수준이니 누군가 잘 입겠지, 하고 수거함에 투입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중고 의류 최대 수입국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는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옷들이 쌓여 산더미를 이뤄 태우고 태워도 처리할 수 없어서 결국 바다에 버려진다. 잠깐 입고 버리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옷들이 유행하면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옷들이 많이 수입되고, 값싸게 유통되다 버려진다. 헌 옷은 염료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바다를 떠돌다가 물고기에 축적돼 원양어선에 의해 내 식탁에 오른다. 어떤 때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돼 조류를 타고 우리 해변으로 돌아온다. 의류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5위인 우리나라에 살면서 분리 배출했으니 재순환시켰다고 마음의 평안을 맘껏 누릴 수는 없을 거다.

우리나라에선 중고의류 수출이 막히면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없다. 중고의류의 5%만 구제시장 등 국내에서 재사용되니 수출이 막힌다면 아크라에서 생기는 일이 서울 강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유럽 사람 1명당 매년 12㎏의 섬유 폐기물을 버린다. '공수래공수거'의 현대적 의미는 각자 적게 소비해 지구 전체의 순환을 줄이라는 거다. 버리기가 어려우니 그만 더해야 살도, 짐도 빠지고, 지구도 숨을 쉰다. 자원순환사회를 꿈꾼다면 새로 더하지 말고, 적게 사용하는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2. 서남부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 터미널 공간은 '기부채납'
  3. 인구 39만 벽 갇힌 '세종시'… 공공기관 이전이 맞춤 처방전
  4. 청사·예산 논란 커지는데… 중수청 준비단 '소통 부재' 도마 위
  5. 검찰, JMS '2인자' 김지선에 징역 7년 구형… 정명석 성범죄 가담 혐의
  1. 경찰 순환인사 확대에 대전도 반발 기류… 집단대응에는 '신중'
  2. 충청 U대회 성공 개최 먹구름... "지도부 인선 1~2달 걸릴 듯"
  3. 충남대병원 주차타워 공사 첫날 환자불편 덜어…대체공간·셔틀버스 활용
  4. "중부권 역할 대학이 먼저 고민해야"… 앵커시대, 초광역 성장엔진 승부수
  5. 문 닫는 학교, 미래 교육 공간으로…폐교 활용 전략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집무실·국회의사당 가시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뒷받침돼야"

대통령집무실·국회의사당 가시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뒷받침돼야"

국회 의사당 마스터플랜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건축설계가 본격화되면서 세종 행정수도의 기틀이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 12년이 지나도록 수도로서의 법적 지위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후반기 국회 원 구성도 타결된 만큼 특별법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동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22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설계 공모가 마무리돼 본격적인 건축설계에 들어설 예정이다. 착공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며, 2029년..

홈플러스 정상화 시동…충청권 8개 점포 영업 재개 추진
홈플러스 정상화 시동…충청권 8개 점포 영업 재개 추진

회생절차가 연장된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에 들어간 전국 핵심 점포의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가오점과 유성점을 포함한 8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 유통시장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영업 정상화와 사업 구조 개편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이 확보되는 대로 현재 임시 휴업 중..

이 대통령 "균형발전 위한 정주여건 중 의료환경이 핵심요소"
이 대통령 "균형발전 위한 정주여건 중 의료환경이 핵심요소"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에서도 의료환경 개선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최근 지방 주도 성장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의료서비스를 혁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의료현장 종사자와 환자·시민단체, 전문가들과 지역·필수·공공의료 대전환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지역의료(지방, 의료취약지 등)와 필수의료(응급·분만·소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

  •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