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3. 미국 민주주의의 이중성과 트럼프의 등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23. 미국 민주주의의 이중성과 트럼프의 등장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6-12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미국은 한편으로는 평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모범 국가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 문화'가 내제된 '제국주의 국가'라는 이중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공화국 중 하나로 입헌주의, 권력분립, 표현의 자유 등 현대 민주주의 원형을 구현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군사 개입, 정권 교체, 경제 제재 등을 통해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선두 주자로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선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다국적 기업과 IMF, 세계은행 등을 통한 경제적 종속과 착취를 동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염홍철, '다시 읽는 종속 이론' 28~32페이지 참조) 한편 최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개방은 기회를 공유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배를 위한 도구인가 하는 논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측면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역사적으로 본다면, 평등과 다양성의 존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귀족이 주도권을 행사하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나라'의 나라였기 때문에 평등과 다양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미국을 철학적 차원에서 관찰한 최진석 교수는 처음 미국인들은 독일의 '관념론적 시각'을 가졌으나, 남북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인이 갖는 '새로운 철학', 즉 '실용주의'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념적인 것을 반대하고 실용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은 최근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주장하는 학계와 언론계의 지적이 아주 많습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저서에서 트럼프의 포퓰리즘, 극우주의를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주요 사례로 다룹니다. 그들은 트럼프가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하고(부정 선거), 극우 단체에 동조하거나 폭력을 방조하는 모습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규범 파괴자'의 전형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도 이민 혐오, 인종차별 발언, 극우 단체와의 유착 등 극우적 정치 수사를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꾸준히 보도하고 있지요. 특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선거의 정당성 부정'이라는 극단적 전략이 미국의 정치 문화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합니다. 국가의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등 연구 기관들도 트럼프의 극우성향과 '강력한 리더' 이미지가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권력분립, 언론자유, 법치주의를 위협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위에서 제기한 '민주주의' 또는 '제국주의'라는 두 전통은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특별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고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하는 이중성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국가이자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위에서 얘기한 대로 이중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스스로 그 영향력과 모순에 대한 비판적 자정 노력을 해야 하며 동시에 민주주의 긍정적 유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1.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미지의 세계로 남은 인간의 뇌, 그중에서 뇌파는 치매와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진다. 활동하는 뇌에서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고 무수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뇌과학이 발전해 뇌의 기능적 장애를 뇌파로 조기에 파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뇌파와 뇌과학에 주목하는 이는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문과 유전자 감식 등의 과학수사 기법을 첨단화해 뇌파 분석을 시작한다. 20일 중도일보가 만난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욱 경장은 우리 지역 뇌파 분석 특채 1호 수사관이다. 뇌파 분석이란 대상..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