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5. 국립대학 개교 100주년과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25. 국립대학 개교 100주년과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6-2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국립한밭대학교는 내후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국립대학으로서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은 한밭대학교가 유일합니다. 이번 주 초 2년 후를 준비하는, 한밭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한 대학의 행사를 넘어 국가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국립한밭대학교는 국가가 세운 대학입니다. 시작은 공업 전수학교였지만 그 후 공고, 공전(공업 전문학교) 그리고 산업대학을 거쳐 오늘의 국립한밭대학교가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 볼 때 국립한밭대학교는 정부의 공업 교육정책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였습니다. 6·25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난 한국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가 형성 과정에서 근대화 사업이 진행되었고 거기에는 많은 산업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정부는 종합적으로 대처했지만, 서울의 경기공고가 경기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 오늘의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되었고 부산의 부산공고는 부산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 오늘의 부경대학교가 되었습니다. 대전공고도 대전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서 종합대학인 국립한밭대학교로 발전한 것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와 발전을 이들 공업 인력이 주도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볼 때도 '산업 협력'과 '실사구시'적 교육 방침으로 배출한 인재들이 대전의 도시계획, 도로, 공원, 건축, 디자인 분야에 많이 투입되어 대전의 하드웨어 부분을 상당 부분 담당하였습니다. 과거에는 대전시청 공무원도 국·과장을 포함, 기술직의 30% 정도가 한밭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대전의 다른 많은 대학이 대전의 소프트웨어 부분에 많은 인재가 투입되었다면 도시형성 부분에는 한밭대학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100년이라는 세월을 일단 마감하게 되었고, 새로운 100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100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100점은 만점을 가리키고, 100%는 완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100이라는 숫자는 완벽과 목표 달성이라는 의미를 가졌지요. 100세는 인간이 목표로 하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고, '100일 잔치'는 영아에서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100이라는 숫자와 관련하여 단군신화를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군신화에는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면서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빌었다고 합니다. 이에 환웅은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지요. 그런데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을 버틴 곰은 용맹을 대표하는 호랑이를 제치고 인간으로 환생했다는 것입니다. 인내의 시간을 100일로 설정했다는 것에서, 또한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새길 수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The Hundred'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합니다. 당연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100이라는 숫자는 완전함, 충만함, 전통의 축적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 기억의 응축이며 한 사회가 전승하는 가치의 총합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The Hundred'는 질서, 기억,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복합적 의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국립한밭대학교는 2년 동안 100년 동안의 의미를 더 충실히 탐색하여, 향후 전승할 가치를 발견하는 데 주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나온 100년, 나라와 함께 온갖 고난을 이겨내어 오늘 우뚝 선 것처럼, 다가올 100년,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는 여정도 한밭대학교가 함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1.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미지의 세계로 남은 인간의 뇌, 그중에서 뇌파는 치매와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진다. 활동하는 뇌에서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고 무수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뇌과학이 발전해 뇌의 기능적 장애를 뇌파로 조기에 파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뇌파와 뇌과학에 주목하는 이는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문과 유전자 감식 등의 과학수사 기법을 첨단화해 뇌파 분석을 시작한다. 20일 중도일보가 만난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욱 경장은 우리 지역 뇌파 분석 특채 1호 수사관이다. 뇌파 분석이란 대상..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